[김종석의 그라운드] 전성기 김효주, 다시 아시안게임 앞에 서다…태극마크냐 롯데냐
- 국가대표냐 메인스폰서 대회냐…복잡해진 가을 일정
- ‘롯데 소속’이라 더 어렵고, ‘롯데 간판’이라 더 큰 결단도 가능

김효주(31·롯데)의 2026년은 다시 한번 자신의 전성기를 증명하는 시간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김효주는 3월 30일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2주 연속 정상에 섰습니다. 대회 2연패까지 일궈낸 그는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번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르다(미국)를 따돌렸고, 올 시즌 LPGA투어 6개 대회 만에 가장 먼저 다승 고지에 올랐습니다. 세계랭킹도 개인 최고인 3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무대가 있습니다. 바로 2026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입니다.
30대에 접어든 김효주가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고 있는 지금, 한국 여자골프가 가장 먼저 떠올릴 이름 역시 김효주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무대가 단순히 "나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정말 선택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골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됐습니다. 실제로 항저우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은 임성재, 김시우 등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반면 여자부는 전원 아마추어로 나서 단체전 은메달과 유현조의 개인전 동메달이라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골프 엔트리는 3명입니다. 대한골프협회 아시안게임 선발 규정에 따르면 1순위는 세계랭킹(OWGR 또는 롤렉스랭킹) 기준 한국 선수 상위 15위 이내이며, 이 기준에서 미달하면 대한골프협회 랭킹으로 선발하게 됩니다. 지금의 김효주는 기량과 상징성, 두 측면에서 모두 가장 유력한 카드로 꼽힐 만합니다.
남자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은 병역 혜택과 직결되는 절대적인 무대입니다. 임성재와 김시우, 그리고 아마추어 시절 조우영과 장유빈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나 여자 프로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금메달에 따른 직접적인 실익은 남자만큼 크지 않고, 대표팀 일정 따라서 투어 대회를 포기하면 상금과 포인트 기회를 놓쳐 손해라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 도전이 지니는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습니다.
국가를 대표해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나선다는 것, 그리고 골프라는 종목의 울타리를 넘어 대한민국 선수단의 일원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선수 인생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경력입니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도 "프로 선수의 아시안게임 출전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누가 강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효주에게 이 무대가 더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은 한 번 놓친 기억이 있는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김효주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당시 15세였던 그는 여자 대표 마지막 한자리가 걸린 최종 선발전에서 하루 36홀씩 이틀 동안 4라운드를 소화하는 강행군 끝에 7언더파 281타를 기록했지만, 단 1타 차로 태극마크를 놓쳤습니다. 훗날 그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정말 많이 울었고, 상처가 컸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 남녀 대표팀은 골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었습니다. 김효주 개인에게는 아픈 상처였지만, 한국 골프로서는 황금 같은 기억이었습니다. 그래서 2026년 아이치·나고야는 김효주에게 단순한 국제대회 하나가 아니라, 16년 전 자신이 놓쳤던 이름과 다시 마주하는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골프협회 여자부 랭킹 1위는 오수민, 2위 양윤서, 3위 박서진 등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번갈아 우승하고 있어 드림팀으로 꼽히나 프로 전향을 고민 중으로 전해져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김효주가 가세한다면 역대 최강 '드림팀'을 구성하는 데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보다 더 냉정한 장애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일정입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립니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인 10월 1일부터 4일까지는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이 하와이에서 개최됩니다. 둘 다 출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김효주가 아무리 강한 선수라도, 한 몸으로 두 무대를 동시에 설 수는 없습니다. 결국 선택해야 합니다. 태극마크냐, 롯데 챔피언십이냐입니다.
현재 흐름만 놓고 보면 롯데 챔피언십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김효주는 프로 데뷔한 2012년부터 롯데와 인연을 맺어온 간판선수이고, 롯데 챔피언십은 이름 그대로 메인 스폰서가 깊이 관여하는 대회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국가대표와 후원사의 충돌"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합니다.

김효주의 메인 스폰서가 롯데이기 때문에, 롯데가 더 대승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간판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무대에 서는 장면은 대회 한 번의 출전 여부를 넘어서는 상징성과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결장이 아니라, 국가대표의 가치에 대한 존중으로 읽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롯데는 최근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지원으로도 주목받았고, 신동빈 회장은 메달리스트들에게 직접 특별 포상까지 했습니다. 스포츠 후원 경험이 축적된 기업이라면, 김효주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단지 스케줄 공백으로만 보지 않을 여지도 충분합니다. 후원사의 품격은 선수를 얼마나 빽빽하게 일정에 묶어두느냐보다, 정말 큰 무대 앞에서 어떤 선택을 존중하느냐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김효주는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에 대한 애정이 많기로 유명했습니다. 김효주는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4년 파리올림픽에 2회 연속 국가대표로 출전했습니다.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출전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올림픽 코스를 밟은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의 오랜 스승인 한연희 프로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8개를 이끈 명장입니다. 김효주가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2010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 프로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금메달 8개 싹쓸이 당시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으로 대표팀 관리를 전담하며 눈부신 성적을 주도한 건 바로 현재 대한골프협회 강형모 회장이었습니다. 김효주의 아버지는 현재 대한골프협회 산하 기관인 강원도골프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김효주 자신의 선택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 이 고민이 김효주가 흔들릴 때가 아니라 가장 강할 때 찾아왔다는 사실입니다. 2주 연속 우승으로 투어 판도를 흔들고 있는 지금의 김효주는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릴 때 가장 믿고 싶은 카드이자, 롯데 처지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얼굴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누군가가 손해를 보고 양보해야만 하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는 조율의 문제로도 읽힙니다.
김효주의 빡빡한 일정은 이미 여름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 나선 뒤, 7월 2일부터 5일까지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GC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롯데오픈 출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출국해 날아가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이어집니다. 최고의 메이저 대회 2개 사이, LPGA 정규 투어 공백 주간에도 그는 롯데가 주최하는 국내대회를 소화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인천, 다시 프랑스로 이어지는 장거리 이동만으로도 체력 부담은 상당합니다.

그런 흐름을 고려하면 가을의 선택은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아시안게임을 택하면 16년 전 광저우에서 놓쳤던 태극마크의 기억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반대로 롯데 챔피언십을 택하면 프로 선수로서의 현실과 후원사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결정이 됩니다. 어느 쪽도 가볍지 않고, 어느 쪽도 쉽게 비난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지금의 김효주는 한국 여자골프가 가장 먼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더 이상 한 선수 개인의 고민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국 골프 전체가 함께 지켜보는 질문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어쩌면 충돌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상생의 방식에서 나올지도 모릅니다.
전성기의 김효주 앞에 다시 선 아시안게임은, 그래서 메달보다 먼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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