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지는 날, ‘가족돌봄청년’의 꿈도 피어난다

기고=임경숙 2026. 4. 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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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숨소리처럼 가냘픈 햇살이 / 비쳐 들다가 슬며시 달아나 버리는 쪽방에서 / 삼단 요 위에 누운 할머니를 간호하는 일은 / 아르바이트할 때처럼 늘 긴장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6년 3월 26일 시행되는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위기아동청년법)'은 위기아동·청년 지원의 첫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의미 있는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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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임경숙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부장

할머니 숨소리처럼 가냘픈 햇살이 / 비쳐 들다가 슬며시 달아나 버리는 쪽방에서 / 삼단 요 위에 누운 할머니를 간호하는 일은 / 아르바이트할 때처럼 늘 긴장된다. (중략)

할머니는 새로 벚꽃이 피어도 일어나지 않고 / 벚꽃잎을 밟으며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 새로 벚꽃이 흐드러져도 학교에 갈 수 없었다.

김애란 작가의 '열여덟은 진행 중' 시집 '벚꽃' 의 한 구절이다.

가족돌봄청년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시를 읽으며, 나는 한 줄 한 줄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 친구들과 달콤한 수다를 나누며 미래를 꿈꿨던 나의 열여덟. 그 평범한 기억이 이제는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가족돌봄의 무게를 경험하게 되는 시기는 18세 이하의 경우, 평균 11.4세다. 거의 매일 돌봄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는 62.6%이다. ⓒ베이비뉴스

◇ 가족돌봄아동·청년이 홀로 짊어진 무게

가족돌봄의 무게를 경험하게 되는 시기는 18세 이하의 경우, 평균 11.4세다. 거의 매일 돌봄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는 62.6%이다. 

이렇게 그들은 평균 6~7년을 자신의 삶 대신 '가족'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그들에게 '미래 계획'에 대해 묻자 82.5%의 가족돌봄청년이'어렵다'고 응답했다.(서울시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지원 업무가이드북)

과거 가족돌봄아동·청년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2024년 8월 기준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 중 지원 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대전 등 85곳(35%)에 불과했다. 지자체별 정의와 지원체계도 제각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6년 3월 26일 시행되는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위기아동청년법)'은 위기아동·청년 지원의 첫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의미 있는 법안이다.

◇ 위기아동청년법의 의미와 한계

위기아동청년법은 34세 이하로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간병·일상생활 관리 등을 제공하는 사람을 가족돌봄아동·청년으로 정의한다. 공공의 자립지원 책임을 강화하고, 조기 발굴과 사례관리 체계를 통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제껏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시됐던 '돌봄' 역할이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아동복지법·청소년기본법·청년기본법 등 대상별 법체계는 각 단계의 보호에는 의미가 있지만, 가족돌봄아동·청년처럼 생애주기와 문제영역이 교차하는 위기집단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제23조(전문기관 인증 기준 등)는 전문성 확보를 명시했으나, 추상적이고 구체적 위임이 없어 형식적 요건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이에 현장에서 위기아동·청년에 대한 지원체계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보다 고도화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지원

위기아동·청년이 '돌봄' 무게로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아동권리전문NGO인 굿네이버스는 학업·심리지원부터 경제·주거 지원까지 맞춤형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효적 법안 작동을 위한 옹호 활동도 펼친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날, 가족돌봄청년의 꿈도 피어난다. 그들의 오늘이 더 이상 혼자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 사회의 관심과 책임이 필요한 때다.

임경숙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부장. ⓒ임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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