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식' 확장 전략의 그늘…사라지는 브랜드들

김다이 2026. 4. 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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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22% 급감·적자 전환
유령 브랜드 속출, 빽다방만 성장
내실 전환·글로벌 재도약 시험대
그래픽=비즈워치

더본코리아가 뼈아픈 '오너리스크'의 터널을 지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선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급감과 적자 전환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부실 브랜드의 매장 철수와 함께 B2B 플랫폼 및 글로벌 소스 시장 공략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앞세워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백종원'이라는 양날의 검

지난해 더본코리아는 창사 이래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더본코리아의 성장을 견인해 온 '백종원'이라는 강력한 개인 브랜드가 오히려 회사의 발목을 잡는 '최대 약점'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의 구원자'로 불리던 백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꼬리를 물며, 더본코리아의 실적은 유례없는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3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는 더 뼈아프다. 같은 기간 36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3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면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10억원에서 17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오너리스크'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백종원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진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1월 자사 제품 '빽햄'의 정가를 부풀려 할인율을 과장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다. 원산지·함량 허위 표시, 농약 분무기 조리 논란, 실내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 방치 등 위생과 안전 관리 소홀 문제까지 잇따라 터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백 대표는 지난해 5월 공식 사과와 함께 모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더본코리아는 로열티 면제와 식자재 할인 등 가맹점 상생 방안을 잇따라 내놨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주들이 입은 타격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농약 분무기 조리 논란 이후 더본코리아의 주력 브랜드인 홍콩반점 가맹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논란 전과 비교해 26% 감소했다. 새마을식당은 45.3% 줄었다. 

확장 전략 후유증

실적 악화의 또 다른 배경에는 이른바 '백종원식 확장 전략'의 후유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본코리아는 다수의 외식 브랜드를 단기간에 론칭하며 외형을 키웠다. 그러나 브랜드별 경쟁력 관리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창업자 백종원을 둘러싼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며 브랜드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더본코리아가 2014년 9월 론칭한 철판볶음 전문점 '백철판0410'은 현재 매장 수 0개로 사실상 '유령 브랜드'로 전락했다. 2025년 1월 국내 매장을 전부 철수했고, 마지막 남은 베트남 하노이 매장 마저 올해 완전히 문을 닫았다.

'백철판0410'은 닭갈비 철판볶음을 주력으로 내세운 브랜드다. 그러나 2016~2017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 관련 외식업 전반이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2019년 철판구이 콘셉트로 리뉴얼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결국 반등에 실패했다.

더본코리아의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고속우동'은 2023년까지만 운영된 뒤 철수했다. '낙원곱창', '퀵반' 등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성성식당'의 매장 수는 2023년 11개에서 현재 1개로 급감했고, '고투웍'도 2023년 7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기준 1개로 줄었다.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인 '돌배기집'과 '리춘시장' 역시 각각 매장 수 6개, 8개에 그치며 규모가 크게 줄었다.

철판요리 전문점 '백철판'은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철수했다./사진=더본코리아 홈페이지

현재 더본코리아에서 매년 몸집을 키우고 있는 브랜드는 '빽다방'이 유일하다. 빽다방의 현재 매장 수는 1855개로 2023년 241개, 2024년 286개, 2025년 160개 순증했다. 더본코리아 전체 브랜드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동력인 셈이다. 

해외 사업도 정리에 들어갔다. 더본코리아는 과거 가맹사업자를 통해 진출했던 홍콩과 캐나다 사업을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올해 베트남에서 운영하던 2개 매장까지 정리하면서 베트남 사업에서도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해석된다.

더본코리아 해외사업은 마스터 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MF는 현지 파트너가 투자와 운영을 맡고 본사는 브랜드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구조다. 초기 투자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현지 사업자의 의지에 따라 사업 지속 여부가 좌우되는 한계도 있다. 결국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현지 파트너의 사업 지속 의지가 약해질 경우 계약 종료나 철수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백철판0410, 고속우동, 낙원곱창, 퀵반 등 4개 브랜드는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없지만 브랜드 자체를 정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는 '빽다방'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새마을식당'과 '본가' 등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출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잃어버린 1년'을 찾아서

더본코리아는 지난달 31일 제3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도약 전략을 공개했다. 백종원 대표는 지난해를 '잃어버린 1년'으로 규정하며 "여러 특정 단체들로 수많은 억지 민원과 고발을 당하면서 잃어버린 1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의혹이 무혐의로 나오면서 이제서야 비로소 작년에 진행하지 못한 기업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원년으로 만들어 점주님들과 고객, 주주분들에게 더 발전된 더본코리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사업 구조 재편이다. 더본코리아는 주방 솔루션 B2B 플랫폼, 급식 사업, 유통 상품 확대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기존 외식 프랜차이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동시에 브랜드 통합 멤버십 구축, AI 시스템 도입, '빽다방' 투자 확대 등 내부 운영 효율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은 과거처럼 매장 수 확대에 집중하기보다는 B2B 소스 사업과 조리 컨설팅을 결합한 방식으로 전환했다. 더본코리아가 국내에서 축적한 표준화된 레시피·조리 시스템·원가 관리·운영 노하우를 함께 제공해 'K한식 운영 모델' 자체를 해외에 수출하는 구조다. 이와 함께 글로벌 B2B 소스 사업(TBK)에도 힘을 싣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양념치킨 소스, 김치양념 분말 등 총 12종의 제품을 해외 시장에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31일 열린 더본코리아 제3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백종원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더본코리아

국내에서는 다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되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외식 시장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브랜드별 대응 전략을 달리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장 브랜드는 출점을 확대하고 부진한 브랜드는 신메뉴 개발과 R&D 강화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가맹점 운영 구조도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점주는 본사 내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거나 복수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 실제 더본코리아의 다점포 운영 비중은 약 20% 수준이다.

백 대표는 가맹점과의 관계 회복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상생위원회를 중심으로 점주 지원을 강화하고, R&D 투자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더본코리아 측은 이를 통해 가맹점 매출 회복과 기업 가치 개선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백 대표는 이날 각종 논란에 대해 정면 대응 방침도 밝혔다. 사실 확인 없는 악의적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더본코리아는 빠른 브랜드 확장으로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브랜드별 수익성과 운영 안정성 관리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해외 역시 매장 수보다 사업 모델 자체를 수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이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향후 기업 가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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