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지하철 무임승차가 논쟁 된 이유[점선면]

박민규·문광호 기자 2026. 4. 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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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사실들): 출퇴근길 100명 중 8명은 어르신
선(맥락들): 무임승차 적용 인구 4%→15%
면(관점들): 고령화 따른 무임승차 편익도 커져
중동 전쟁으로 기름값이 급등한 가운데 지난달 17일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 역사가 이용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44년 전, 평균 수명 65세 시절 도입된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최근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 노인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하면서인데요.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교통 혼잡도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일각에서는 고령화 시대엔 노인 복지 측면에서 얻는 편익이 더 크다는 반박도 나오는데요. 관련 쟁점의 맥락과 의미,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출퇴근길 100명 중 8명은 노인

서울교통공사 등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1~8호선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 이용객 중 65세 이상 무임승차객 비중은 8.3%였습니다. 노인 승객 비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오전 6시 이전에는 31.1%에 달했고요. 첫차가 다니는 새벽 지하철 승객 10명 중 3명은 노인인 셈입니다.

선(맥락들): 무임승차 적용 인구 4%→15%

논쟁의 발단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2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5.6세로, 인구의 4%에만 적용되는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도입 당시 65.6세에 불과했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3.7세까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체 지하철 이용객 중 노인 비중은 약 4배 늘어난 14.6%까지 증가했고요.

노인으로 인식하는 나이 기준도 올라갔습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층 스스로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을 71.6세로 봤습니다. 신체·사회적 기준은 달라졌는데 노인의 법적 정의는 44년 전에 멈춰있는 셈입니다.

이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기록한 무임 수송 손실액은 7228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의 58%에 달했습니다.

2024년 총선 직전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 이용 폐지를 공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 위원장은 “이 비용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부채로 남아 미래세대에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겨냥한 ‘세대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습니다.

2023년 2월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관점들): 무임승차, 사회적 편익은 없을까

인구 고령화에 따라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령 기준을 상향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회복지, 의학 등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 현행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할 것을 공식 제안했는데요. 한국 노인의 기준인 노인복지법의 경로우대 규정을 개정하자는 겁니다.

반면 무임승차를 노인 복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20년 서울연구원은 무임승차제도를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이 연간 약 365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외부 활동 증가에 따른 우울증 및 자살률 감소, 교통사고 예방, 이에 따른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지하철 적자의 일부를 노인 복지 예산의 절감으로 상쇄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임승차 제한 논의는 단순히 지하철 요금을 누가 낼 것인가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복지의 기준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로 인한 편익과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정 중 무엇이 시급할까요? 초고령사회의 초입에서 고민해봐야 할 질문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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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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