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그테이블]③'형님'들 고전에 내실 아쉬운 현대차그룹
분명했던 '낙수효과'…완성차 관계사들은 일제히 개선
로템 웃고 제철 울고…건설, 중동 리스크 다시 변수로

현대자동차그룹에 작년은 결코 쉽지 않은 한해였다. 그룹의 덩치는 커졌지만 실속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다.
지난해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룹의 핵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완성차 시장에서 미국 관세 등 불확실성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일부 계열사들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1일 현대자동차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10곳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제철을 제외한 9개의 회사가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의 경우 6곳만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그룹 실적 비중이 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며 전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그룹 쥐고 흔든 '완성차' 두곳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매출은 각각 186조2545억원, 114조140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대비 6.2%씩 늘어난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두 완성차 기업의 합산 매출은 300조를 기록,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
완성차 판매대수 자체가 크게 늘진 못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판매대수는 413만8389대로 전년 대비 0.09% 감소했고 기아의 경우 314만대로 전년과 견줘 1.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SUV·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전략이 통하면서 차량 한 대당 기대 매출이 늘어났고 두 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기업의 이러한 매출 증대 전략은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두 회사의 완성차 부품을 책임지는 현대모비스,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 수출을 주도하는 현대글로비스 그리고 광고의 축을 맡은 이노션 등이 모두 현대차와 기아의 완성차 판매개선에 따른 그룹 내 사업 수요 확대효과를 봤고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성은 하락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 기아는 9조781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9%와 28%나 줄었다. 핵심 시장인 북미 시장 경쟁 심화와 인센티브 부담 확대가 커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리스크까지 부각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현대차와 기아가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다른 계열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그룹 전체로는 후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10곳의 영업이익을 단순 합산하면 28조4768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 31조8397억원과 비교해 10% 감소한 수준이다.
희비 갈린 비완성차 계열사
완성차 시장과 연결고리가 크지 않은 계열사들은 현대제철 외에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로템은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5조8390억원, 영업이익은 1조56억원을 기록, 2024년 매출은 4조3766억원, 영업이익은 4566억원 대비 개선이 뚜렷했다. 핵심 사업인 철도 부문과 방산 부문에서 모두 성과를 거두면서 만족할 만한 한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올해 역시 수주잔고가 충분한 데다 그룹 핵심으로 자리잡은 방산 부문 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그룹 전체 실적 기여도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현대건설도 2024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1년 만에 극복하며 '범현대가' 맏형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지난해 매출은 31조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1조2630억원에 달하던 직전연도 영업손실을 모두 만회, 65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지난해 실적 반등은 중동 시장의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서 연이어 성과를 낸 것이 주효했다.
다만, 올해 중동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발주 일정 지연이나 공정 차질, 비용 부담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중동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에너지 인프라 사업 수주에 뛰어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지만 중동 리스크가 다시 실적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의 경우는 철강 산업 업황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은 22조7332억원, 영업이익은 2192억원을 기록하며 모두 전년대비 후퇴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철강봉 제품 등의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현대차와 기아가 뒷받침해주는 자동차용 강판 시장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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