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몽키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방법 / 하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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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시의 거울이다.
하청호(1943~, 경북 영천 출생)의 동시 몽키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상상력과 이미지의 무지개다리이다.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몽키바나나는 정글에서 먹어야 맛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뽕뽕 뚫"린 "잎의 구멍"으로 "가끔" "별빛이" "새어나"오는 장면은, 얼마나 순수한가! 하청호의 동시 세계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개성적 주제는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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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바나나는 정글에서 먹어야 맛있어요/ 한낮이 지나 몽키바나나를 들고 정글에 갔어요/ 나뭇가지들이 격자무늬로 촘촘히 얽혀있었지요/ 가지를 붙잡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튼튼한 가지에 걸터앉아 몽키바나나를 먹었어요/ 부드럽고 달콤한 속살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어요/ 머리를 벅벅 긁기도 하고/ 누가 뺏어 먹을까 봐 주위도 두리번거렸지요/ 우리는 마주 보며 소리도 꽥꽥 질렀어요// 몽키바나나는 역시 정글에서 먹어야 제맛이 나요/ 원숭이처럼 위에서부터 껍질을 벗겨/ 두 손으로 잡고 입술을 핥으며 먹었어요/ 정글에는 어둠이 일찍 찾아와요/ 새들은 잠자러 가다가 빽빽한 검은 잎에 구멍을/ 뽕뽕 뚫었어요, 별빛이 구멍으로 가끔 새어나왔어요/ 귀에 익은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우리를 찾아냈어요/ 다음에 몽키바나나를 먹을 때는 더 깊은 정글로 들어가야겠어요// 놀이터엔 정글짐만 우두커니 서 있었지요
『내 입속에는 휘파람새가 산다』(2025, 브로콜리)
세계는 시의 거울이다. 시인은 가능성을 직조하는 존재이다. 사물은 이것이 저것에, 저것이 이것에 관계한다. 주관과 객관이 끊어진 곳에 그의 동시가 있다. 그는 사물의 경계를 단정하지 않는다. 그는 한순간도 행과 연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전통과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서정의 자기 동일성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의 동시는 묘사와 이미지를 깊이 감각화 한다. 행간은 감동과 여운, 재미와 엉뚱함을 통해 반전시킨다. 그의 시는 부분과 전체를 단순화한다. 하여, 그의 개구쟁이 상상력은 마치, 12살 소년 같다.
하청호(1943~, 경북 영천 출생)의 동시 「몽키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상상력과 이미지의 무지개다리이다. 상황에 대한 묘사와 치밀한 정글짐의 관찰은, 그의 행간이 아름다운 보물 창고임을 증거한다. 그만큼 시어가 신선할 뿐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판타스틱하다. 정글짐 앞에 선 어린이의 시선으로 처리한 시법은 압권이다. 3차원 공간을 놀이터의 시적 장소로 활용한 아이디어 또한 매력적이다. 동시는 사실의 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한 생각을 펼칠 때, 하늘로 나는 새가 된다.
「몽키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즐거운 자유를 선물한다. 특히, 종결형 어미 "~있어요", "~갔어요", "~지요" 등을 통해 이야기 속에 폭 빠지게 한다. 이런 반복과 열거는 그의 동시를 읽는 또 다를 재미다.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몽키바나나는 정글에서 먹어야 맛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뽕뽕 뚫"린 "잎의 구멍"으로 "가끔" "별빛이" "새어나"오는 장면은, 얼마나 순수한가! 하청호의 동시 세계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개성적 주제는 독보적이다. 그의 동시는 노경(老境)의 지혜에 번져, 노을에 비친 산처럼 붉고 높다.
김동원(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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