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떠나는 코스피, 하단 '흔들'…증권사 실적도 '먹구름'[1500원·100달러 쇼크]
기업 비용 부담 확대에 실적 눈높이 하향
거래대금은 견조…증권업계 양극화 우려↑

고환율·고유가 충격으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한때 63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6000선도 지키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증시 거래대금은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성엔 경고등이 켜진 모양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4.84포인트(4.26%) 떨어진 5052.4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부터 4% 넘게 떨어지면서 대형주들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 7% 이상 급락했고, 현대차(-5.11%)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1%), SK스퀘어(-8.53%)의 낙폭도 두드러졌다.
코스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배경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풀매도'가 첫손에 꼽힌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상황이다.
'환차손 부담' 外人 하루에만 3조 순매도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현재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0일(1561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장중 한 때 1535.9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도 코스피 시장을 짓누르는 주요 원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102.88달러를 돌파하며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 5월물도 112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내 물가를 강하게 자극하는 모양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유가가 상승할수록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를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곳은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또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긴축 기조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성장주의 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환율 악순환 고착화될라…증권가는 "과도한 우려"
다만 증권가는 국내 증시를 둘러싼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길어지고 있지만 전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적극적인 매도로 대응할 시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과 이란은 '레드라인(에너지 인프라의 대규모 상호파괴)' 목전에서 대치 중이지만 파국을 피하기 위해 과거 가자지구 사태와 유사하게 '선휴전 또는 종전, 후협상'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기대된다"며 "또한 4월초 예정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시장의 시선은 기업 펀더멘털로 이동하며 과도하게 벌어진 '가치와 가격의 갭'을 메워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수 조정에 따라 가격 부담이 낮아진 것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5300선 기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6.9%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은 일정 수준의 안전마진이 확보된 구간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 하락에도 거래대금 증가…기회찾는 증권업계
국제 유가 급등은 통상적으로 증시 거래 감소로 연결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금융시장 불안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거래대금을 줄여서다. 실제로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외국인 자금도 흔들리며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 증가를 두고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풍부한 유동성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 정책 등이 맞물려 오히려 거래가 늘어나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전쟁 발발 직후 불확실성이 확대된 구간에서도 거래가 급감하기보다 회전율이 높아지고 증시 대기자금이 유입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시장 내 자금이 이탈하기보다 순환하고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매매가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 중심의 거래가 확대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도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대금 확대가 곧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증권업 특성상 이러한 흐름은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
브로커리지 호황에도...증권사 규모별 '희비'
자금 이동도 증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다. 가계 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며 거래대금과 예탁금이 함께 늘고 있어서다. 퇴직연금의 투자형 전환까지 맞물리며 유동성 기반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 실적은 시장 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거시 변수가 흔들릴 경우 지속 가능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업 간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구조로 자본 규모에 따라 수익 창출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 PF 영업이 제한되며 투자수익 확보가 쉽지 않은 반면 자기자본이 큰 대형사를 중심으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이란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많은 가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실적도 노출되어 있다"면서 "특히 자기자본 규모와 사업 구조에 따라 대응 여력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진 기자 hjmoon@newsway.co.kr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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