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 공습…한국 경제 덮친 '퍼펙트 스톰' 공포[1500원·100달러 쇼크]

문성주 기자 2026. 4. 1.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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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20원 돌파…상단 1600원 열어둔 '뉴노멀'
유가 115달러 훌쩍…150달러 '신 오일쇼크' 경고
수입물가 급등에 인플레이션 위기…침체 확율↑
그래픽=홍연택 기자

2026년 1분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중동발(發) 리스크로 인해 '고환율'과 '고유가'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에 동시 타격을 입으며 이른바 '퍼펙트 스톰'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수입물가 급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업의 투자를 억누르고 내수를 얼어붙게 만드는 가운데 자본 유출 우려까지 겹치며 거시경제 펀더멘털 전반이 흔들리는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

1528원 뚫은 원·달러 환율…국제유가 폭등에 '엎친 데 덮친 격'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00원을 단숨에 돌파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1520원을 넘어 1535원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연출하고 있다. 주간 정규 거래 시간 기준으로 환율이 153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 전망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되며 환율 상단이 1550~1600원까지도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환율 상단은 155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단이 1600원까지도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고환율 기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한국 경제가 익숙했던 1300원 안팎의 환율은 역사적으로 사라지고, 구조적인 강달러와 원화 약세가 맞물린 1400~1500원대 환율이 새로운 기준점(뉴노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대두되고 있다.

외환시장의 불안과 함께 국제 유가 역시 불타오르고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115달러 선을 가볍게 돌파하며 전형적인 고유가 국면에 진입했다. 주요 산유국이 밀집한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공급망 차질 우려를 증폭시킨 결과다.

추후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현재의 공급 부족 사태와 지정학적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신(新) 오일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그룹 맥쿼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는 지난 2008년 7월 기록된 사상 최고치(배럴당 147달러)를 뛰어넘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감안할 때 이는 곧바로 치명적인 타격으로 직결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우리나라 수출은 0.3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물가 상승 속 인플레 위험 가능성↑…내수 경직·증시 자본 이탈 우려도

고환율과 고유가의 동반 상승은 이미 수입물가를 매섭게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2월 당시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 안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 상승분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물가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3월이다. 3월 들어 환율 1500원 돌파와 유가 100달러 진입이 동시에 진행된 만큼, 이 두 가지 악재의 '곱하기 효과'가 수입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원유를 비롯한 광산품 가격 급등이 시차를 두고 공산품과 서비스 물가로 전이되면 정부와 통화당국이 가까스로 억눌러 온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시 지표의 충격은 실물 경제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 및 핵심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수입 비용 폭등으로 인해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내수 시장을 더욱 차갑게 얼어붙게 할 위험이 크다.

금융시장도 살얼음판이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자산의 가치 하락(환차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주가 하락과 자본시장 충격이라는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 원자재 가격도 상승한다"며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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