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동물 또는 반려동물에 관한 민사법적 규율

I. 들어가기 전에
요즈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5년 6월에 펴낸 2025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2년마다 동일한 제목의 보고서가 나온다)에 의하면, 2024년 말 기준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1만 가구(전체의 26.7%)에 달하고, 2023년 말에 비해 6만 증가하였다고 한다)(2면 이하의 '한국 반려동물 양육 현황').
이에 발맞추어 반려동물, 나아가 일반적으로 동물에 대하여 그 법적 지위를 새롭게 정하고 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동물의 보호에 대해서는 주지하는 대로 동물보호법이 있는데, 이는 1991년 5월 제정된 것으로서 그 사이에 20여 차례 개정되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는 금년에 들어서만 해도 무려 21개의 그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 글에서는 그와 관련한 우리 법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비교법적 자료로서 동물 또는 그 보호에 관한 독일의 법상황을 필자의 전공상 대체로 민사법적인 측면(실체법·절차법을 가리지 않는다)에 중점을 두어 간략하게 개관하고자 한다. 독일에서 동물의 보호에 관한 기본적인 법률은 「동물보호법(Tierschutzgesetz)」이다. 이는 1933년 11월에 나치스 정권 아래서 제정되었는데, 그 후 1972년 7월에 전면 개정되어 면목을 일신하였고(제1조는 그 법률의 목적으로 "같은 피조물로서의 동물(Tier als Mitgeschöpf)에 대한 사람의 책임에 기하여 그 삶과 복리를 보호하는 것"을 들면서, "누구도 동물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통, 괴로움 또는 피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정한다), 다시 2013년에 여러 규정이 새로 마련되는 개정이 있었다(그 외에도 개정 자체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 글은 민사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는 것이어서 위 법률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기로 한다.
또한 독일 외에도 주요한 각국에 동물의 보호에 관한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이미 1850년에 제한적인 내용이기는 하나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2009년 9월에 관련 예비법안이 제의되었으나 아직 입법에는 이르지 않았다).
II. 독일에서 동물 보호 법제의 민사적 측면 개요
1. 헌법 차원
독일의 「기본법」은 우리와는 달리 동물의 보호에 관한 규정을 정면에서 두고 있다. 2002년 8월에 새로이 마련된 제20조의a는 "국가는 미래의 세대를 위한 책임으로서도 헌법질서의 범위에서 입법을 통하여 또한 법률과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부와 사법부에 의하여 자연적 생활기초와 동물을 보호한다"고 정하는 것이다. 이는 당시 독일 국민의 일반적 요구에 좇은 것인데, 여기서는 우선 동물을 '자연적 생활기초(natürliche Lebensgrundlagen)'(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환경)와 나란히 보호의 대상으로 규율하는 태도가 흥미롭다. 우리 헌법은 환경에 대해서는 정함이 있으나(제35조. 또한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에 적힌 '기본이념'을 읽어보기 바란다), 동물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2. 민법 차원
(1) 독일의 민법은 제1편 총칙의 제2장에서 '물건과 동물'에 대해서 정한다. 그 제목은 원래는 단지 '물건'이었으나 1990년에 「민법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의 개선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면서 위와 같이 개정된 것이다. 그 중 제90조의a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된다. 그에 대하여는 다른 정함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고 정한다. 여기서 동물의 보호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란 무엇보다도 앞의 I.에서 본 「동물보호법」을 가리킨다.
(2) 그 외에도 민법에는 동물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없지 않다(물론 동물보유자의 불법행위책임(제833조)이나 동물의 사용대차에서는 차주가 그 사육비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제601조 제1항), 숙박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은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해서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제701조 제4항)과 같이 동물 보호와는 무관한 규정도 있다).
우선 제251조 제2항 제2문을 들 수 있다. 독일에서 손해배상의 원칙적 방법은 우리와 달리 금전배상이 아니라 원상회복임은 주지하는 대로이다(제249조 제1항: "배상의무를 발생시키는 사정이 없었다면 있었을 상태의 회복"). 그런데 이에 대한 예외의 하나로 제251조 제2항은 제1문에서 "원상회복이 과도한 비용 지출에 의하여만 가능한 경우"에는 배상의무자는 금전배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아가 제2문은 특별히 동물의 상해를 입은 경우에 대하여 "피해 입은 동물을 치료하는 비용이 동물의 가액을 현저히 상회한다는 것만으로 그 비용 지출이 과도한 것이 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독일에서도 '단순한 애착이익(Affektionsinteresse)'은 배상되지 않는데(우선 Grüneberg, BGB[종전에 흔히 'Palandt 주해서'로 알려진, 주로 실무가가 곁에 두고 보는 그 책이다], 84. Aufl.(2025), § 254 Rn.10(S.322) 참조), 그 예외를 법정한 것이다. 물건이 훼손된 경우에 우리 판례가 그 수리비가 물건의 교환가치, 즉 시가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을 그 시가의 범위로 한정하는 태도와 일정 부분 연결된다), 그 적용을 명문으로 부정하는 것이다(이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서울중앙지법 2019. 7. 26. 판결 2018나64698사건(LBOX)은 반려견이 물린 사건에서 치료비 107만 원을 ―위자료 50만 원과 함께― 배상할 것을 명하는데, 애초 피해 반려견의 시가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한 우리 문헌으로는 우선 이동국, "반려동물 관련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례", 변호사 제47-1집(2015), 236면 이하 참조).
(3) 나아가 제3편("물권")의 제3장은 소유권에 대하여 정한다. 그 맨 앞의 제903조는 '소유자의 권능'에 대하여 대체로 우리 민법 제211조에 상응하는 내용으로 규정하면서(제1문), 제2문에서 "동물의 소유자는 그 권능의 행사에 있어서 동물의 보호를 위한 특별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밝힌다.
3. 집행법적 차원
그런데 동물에 대한 배려는 비단 위와 같은 민사실체법에서만 베플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은 이를 강제집행의 대상으로서 압류할 수 없다. '압류가 금지되는 물건 또는 동물(Unpfändbare Sachen und Tiere)'이라는 표제의 민사소송법(주지하는 대로 독일에서 강제집행절차는 민사소송법에서 정하여진다) 제811조(2021년 5월에 대폭 개정되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추가되었고, 또 앞서 본 표제에서도 '또는 동물'이 추가되었다)는 제1항 제8호에서 "채무자 또는 그와 거주를 같이하는 사람이 a) 영업 목적으로 가지는 것이 아닌 동물, 또는 b) 영업활동을 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동물"은 원칙적으로 압류할 수 없다고 정한다. 다만 여기서 b목의 동물은 소유권유보부로 동물을 매도(그 계약은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한다)한 당사자가 그 소유권유보로써 담보한 금전채권(즉 매매대금채권)의 만족을 위하여 집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동조 제2항). 또한 일반적으로 채권자는 (i) 그 대상의 가치가 높고, 또한 (ii) 압류 불능이 동물 보호의 요청 및 채무자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을 만큼 채권자에게 가혹한 것인 경우에는 집행법원에 신청하여 압류를 허가받을 수 있다(동조 제3항). 한편 우리나라에서 동물에 대해서는 민사집행법 제195조에서 예를 들면 농업용 동물에 대하여 "주로 자기 노동력으로 농업을 하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아니 될 농기구·비료·가축·사료·종자,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물건"이 압류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정해져 있을 뿐이다(제4호. 어업 종사자에 관한 제5호도 참조). 이와 관련된 입법 시도에 대하여는 김도훈, "민사집행법상 반려동물의 압류 금지에 관한 소고 ― 민사집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홍익법학 23권 3호(2022), 31면 이하 참조(이 글은 현재 상황에서는 압류 금지의 대상을 "[우리] 동물보호법 제12조에 따라 채무자 등이 등록한 등록대상동물"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 동물에 대한 민사집행에서는 일반적으로 집행법원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앞의 I.에서 본 대로, 「동물보호법」의 목적을 규정하면서 밝힌 요소이다)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하여져 있다(민사소송법 제765조의a 제1항 제3문)
III. 맺으면서
반려동물과 관련하여서는 '동물'을 물건이라고 하는 민법 제98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흔히 행하여진다. 앞서 본 독일민법 제90조의a에서와 같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된다"라는 규정도 생각하여 볼 만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동물 내지 반려동물이 소유권 또는 손해배상이나 강제집행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먼저 세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는 위 제90조의a 제3문에서와 같이 "동물에 대하여는 다른 정함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라는 원칙적 규정 정도로 그치게 되기 쉬울 것이다. 이러한 규정으로써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한다는 현실과 법제도 사이의 '큰 괴리'라는 것이 과연 제대로 메워질 것인가?
양창수 전 대법관·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