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성공보수, "돈 있는 사람만 유리" vs "당연한 인센티브"...법조계 갑론을박
형사 성공보수 금지 10년… 대법 판례 다시 시험대
하급심 엇갈린 판단… "전면 금지" vs "사안별 판단"
고액 착수금·전관 쏠림 논란…"돈 있는 사람만 유리"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금지된 변호사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하급심에서 "모든 성공보수 약정을 선량한 풍속 등에 위배된다고 일률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판례를 '거스르는' 판결이 등장했기 때문. 이를 두고 10년째 이어온 원칙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사법 신뢰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법 "형사사건 결과와 보수 연동 금지"

31일 법원에 따르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죄, 집행유예 등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변호사에게 별도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계약이다. 형사·민사에서 공히 허용됐지만,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 한해 이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논리는 이랬다. 형사 재판은 수사기관과 재판부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데, 변호사에게 돈을 더 낼수록 형사사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상을 의뢰인에게 줄 수 있고, 변호사에게는 부당한 영향력으로 사건 처리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그릇된 기대를 가지게 할 수 있다는 것. 즉 사법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후 하급심은 대체로 이 법리를 따라왔다.
지난 2월 선고된 서울북부지법 제2민사부(부장 장용범) 판결도 그 같은 흐름 중 하나였다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되면 변호사로 하여금 부정한 수단을 동원할 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면서 "형사사건 결과와 결부된 보수만 금지될 뿐, 변호사는 업무수행에 투입된 노력에 비례해 보수를 정할 수 있어 별도의 성공보수 약정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례 반박한 하급심 "전면 금지하니 오히려 전관 변호사 찾아"
하지만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 최성수)가 내린 판단은 결이 달랐다. 전면금지할 게 아니라, 개별 사안별로 따져 봐야 할 사안이라 본 것이다. 재판부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금지된 이후, 전관예우의 가능성을 신뢰해 고위적 법관 또는 검사 출신의 변호인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지급하는 형태의 위임계약이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성공보수 약정 금지'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사법 신뢰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찬성 "'인센티브'로써 필요...전면금지하니 부작용 있어"
법조계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적정한 '인센티브'로써 별도의 성공보수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 김기원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관련 주제 토론회에서 "변호사만 성과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다 인센티브가 있는데, 그게 전부 돈을 더 벌어보려는 상술이냐"며 "왜 유독 형사사건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성공보수를 전면 금지하자 변호사들이 리스크를 대비해 착수금을 대폭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결과적으로 사건 초기 의뢰인의 비용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1차·2차 수임료'나 '선급·후급' 등의 명목으로 성공보수를 변형해 지급하는 관행이 이미 퍼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면 금지보다는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고 착수금을 낮추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 "추가 보수 허용하면 국민 부담 커질 것"
반대 입장도 분명하다. 성공보수 약정을 허용하면 결국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유리할 것이란 우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 최저 수임료가 300만 원 안팎인데, 보통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이미 벽"이라며 "여기에 결과에 따른 추가 보수까지 얹는다면 이를 국민을 위한 제도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는 국민 권익이라기보다 사실상 변호사 업계의 내부 수익 구조, 그중에서도 전관이나 대형 로펌의 보수 체계와 더 맞닿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참에 변호사 보수 체계 전반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형사전문변호사는 "변호사 보수 산정 방식 가운데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모델은 변호인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는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타임차지 방식"이라며 "2015년 대법원의 형사 성공보수 무효 판결은 형사사건 보수 체계를 '결과' 중심에서 '업무량' 중심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보수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 없이 성공보수만 다시 도입하자는 것은 균형을 잃은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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