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이슬람의 ‘하즈 데데’처럼 나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지금 생각하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유년의 순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하즈 데데’(Hacı dede)와의 추억이다. ‘하즈’는 이슬람에서 성지순례를 다녀온 어른에게 붙이는 존칭어다. ‘데데’는 ‘할아버지’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튀르키예에서는 제법 흔한 호칭임에도, 우리 남매에게는 특별히 한 사람만을 칭하는 고유명사 같았다. 그 사실이 너무 당연해서 하즈 데데가 흔한 호칭이라는 것을 안 것도 나중의 일이었다. 우리의 하즈 데데는 아버지가 이맘(이슬람 예배 때 지도자) 직을 맡고 있던 지역의 어른이었다. 그 지역의 유지였으며, 모두가 존경할 만큼 선한 일을 앞장서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하즈 데데가 고급 수제 가구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했다는 사실도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하즈 데데의 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가족도 그중 하나였는데, 별장에 초대받아 2~3일간 함께 지내곤 했다.
별장의 커다란 철문이 열리고 차가 멈추면 나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원피스 자락을 휘날리며 멀리서 걸어 나오는 하즈 데데의 품으로 뛰어가 안기곤 했다. 두 팔 벌려 마중 나온 하즈 데데의 환한 웃음과 나를 번쩍 들어 올려 한 두 바퀴 빙 돌려주던 장면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마당에 은은하게 내리쬐던 햇살과 주변에 즐비한 꽃들, 마당 입구 포도 넝쿨에서 달고 신 포도를 따먹던 기억, 마당 깊숙이 과수가 우거진 숲을 이리저리 뛰놀던 일, 커다란 수영장과 그네, 테라스에서 하즈 데데가 구워준 바비큐를 먹던 것까지 불과 4~5세 때의 기억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선명하다. 모든 장면이 멀디먼 유럽의 영화처럼 완벽해서 얼떨떨할 정도다. 하즈 데데는 정말 좋은 어른이었다. 어린아이의 눈에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즈 데데의 집은 그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따뜻하고 평온한 곳이었다. 그만큼 하즈 데데는 베풀고 나누는 데 인색한 법이 없었다. 호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옳은 방향으로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하즈 데데는 어린 내게 그야말로 ‘어른’의 표본이 되어주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양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 시절이 영화같이 느껴지는 건 별장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받은 양질의 영양분으로 나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다른 이에게 그런 영양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4월 일사일언은 베튤 준불씨를 포함해 김선준 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이원재 안흥고 교사·‘정선 가득한 아침’ 저자, 김일송 이안재 대표,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슬픔이 서툰 사람들’ 저자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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