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조금만 걸어도 숨 찬다면 심장이 보내는 ‘위험신호’
심장 기능 저하 혈액순환 문제
심근경색·부정맥 등으로 악화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세
X레이·심장초음파로 확인 가능
조기 발견땐 충분히 관리 가능
혈압·식사 관리·금주 등 도움

◇호흡곤란과 피로감 대표적 증상
심부전은 '심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 온몸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거나, 심장으로 되돌아온 혈액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이러한 심부전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0.7% 수준이던 유병률이 최근 3%를 넘어서 약 170만명 규모로 증가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 특성상 앞으로 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서희 울산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사망 원인 통계에서 2위가 심장질환인데, 심장질환의 주된 원인이 심부전이라 할 수 있다"며 "70세 이상 고령 인구의 10%가 심부전을 앓고 있으므로, 심부전 환자 중 좋지 않은 예후는 고령화 사회에서 더 위협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부전은 심장질환의 종착역으로 꼽힌다. 여러 선행 심장질환으로 심부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서희 교수는 "선행 질환이 악화하면 결국에는 심장 근육에 영향을 미쳐서 수축 기능이 떨어지고 심부전으로 발현된다"며 "앓고 있는 심장질환이 협심증이든, 심근경색이든, 부정맥이든 결국 심부전으로 나타나므로, 심부전을 예후가 좋지 않고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라고 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부전의 대표 증상은 호흡곤란과 피로감이다.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면 혈액이 폐 쪽으로 밀려 폐에 물이 차는 폐울혈이 생길 수 있고, 산소가 폐에서 혈액으로 잘 전달되지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게 된다. 특히 누우면 숨이 더 차거나, 밤에 갑자기 숨이 가빠 잠에서 깨는 '야간 발작성 호흡곤란'은 심부전을 의심해야 할 중요한 신호다.
안 교수는 "심장 기능이 나쁜 환자는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 심부전처럼 충분한 혈액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축 기능이 떨어져 필요한 산소나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불균형에 따른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따라서 활동 시 호흡 곤란은 심부전의 초기 증상이라 할 수 있다. 평소보다 호흡 곤란이 악화했다면 병원을 방문해서 필요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 부종도 흔한 증상이다. 심장이 혈액을 원활히 순환시키지 못하면 정맥 쪽에 혈액이 고이면서 다리와 발목이 붓는다. 손으로 눌렀다 떼면 자국이 천천히 돌아오는 '함몰성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원인 질환 파악 치료의 기본
심부전은 대개 만성적으로 진행하지만, 감염이나 심근경색, 부정맥 등으로 갑자기 악화해 급성 심부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숨이 갑자기 심하게 차고, 거품 섞인 가래가 나오거나 식은땀이 나면서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급성 심부전은 빠른 시간 내 이뇨제·혈관확장제 등으로 폐울혈을 줄이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심부전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안 교수는 "호흡 곤란과 부종, 피로감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진료실에서 자세한 문진과 신체검사를 진행한다"며 "흉부 엑스레이와 간단한 혈액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로 심부전 여부를 판별한다"고 말했다.
심부전 치료의 기본은 원인 질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관상동맥질환이 원인이라면 스텐트 시술이나 수술을, 판막질환이 원인이라면 판막 수술이나 승모판 클립시술 등을 고려한다. 부정맥으로 돌연사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삽입형 제세동기(ICD)나 심장재동기화 치료(CRT)가 필요할 수 있다.
약물치료도 핵심이다. 베타차단제, 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제, SGLT-2 억제제 등 표준 약물치료는 증상을 완화할 뿐 아니라 심부전의 진행을 늦추고 입원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심부전의 상태가 말기이거나 젊은 환자는 심장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수축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가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면 급사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때 적절한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면 삽입형 제세동기를 권유한다"며 "심장 기능이 나빠지면 좌우 심실이 동시에 수축하지 않으면서 호흡 곤란이 악화하거나 급격히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좌우 심장이 동시에 수축하도록 제세동기 삽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관상동맥은 질환이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할 때는 중재 시술만으로는 혈관의 상태를 개선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병이 심한 부위를 건너뛰고 우회하는 우회 수술을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심부전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에서 지켜야 할 수칙과 관련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며 관리해야 한다. 또 평소 소량씩 나누어 식사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은 심폐 지구력을 높이고 호흡 기능을 개선하는 좋은 방법이며, 알코올은 절대 금물이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병원 진료는 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