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기후 약속이 에너지 안보보다 중요한가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2026. 3. 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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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석탄발전 폐쇄도 서두르다
이란 전쟁으로 닥친 위기
에너지 정책은 ‘국민 우선’
과속·쏠림은 국익 해친다
균형과 실용주의 필요해
31일 오후 대전 유성구청 정문에 원유 안보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른 차량 5부제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차량 2부제(홀짝제) 의무 시행을 검토하는 가운데, 시행 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부활이 된다. /신현종 기자

에너지 안보가 국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 안보가 시대적 핵심어가 된 상황에 우리는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초기부터 외신은 아시아, 특히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해 왔다. 에너지원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데,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정부가 에너지 관리를 ‘산업’에서 떼어 ‘환경’으로 이관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위기가 닥쳤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출범 전부터 정책 방향에 내재한 모순이 많아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김성환 장관은 기후 위기를 최우선시하며 에너지를 종속시키는 정책을 명확히 했다. 대표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최소 53% 감축으로 대폭 상향한 것이다. 기존의 48%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많았음에도 그랬다. 또한 작년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탈(脫)석탄동맹에도 가입했다.

에너지 안보의 핵심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 투자의 안정성은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에서 구현되듯이, 에너지 확보도 원천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NDC 상향 설정이나 탈석탄동맹 가입 같은 정부의 국제 약속은 단순한 체면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의 유연성이 크게 위축된다. 탈석탄동맹 가입은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여당은 조기 목표 달성을 외치며 석탄 발전소 폐쇄를 서두르다 이란 전쟁으로 제동이 걸렸다.

본질적으로 기후 위기에 한국만 과속 대응하는 것은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불안했다. 3월 말 현재 중앙 부처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 단체가 1490여 곳인데,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등록된 기관이 170곳이 넘고 대부분이 환경단체다. 해양수산부 등록 환경단체까지 합치면 단일 분야로 비영리 민간 단체가 가장 많은 곳이 환경 분야일 것이다. 정부의 야심 찬 국제적 약속은 환경 단체들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 심지어 정부 및 지자체에까지 소송을 제기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활동이 활발한 환경 단체 중에는 ‘우리의 핵심 성과 지표는 소송 건수’라고 공공연히 밝히며 소송 제기에 주력하는 곳이 있다. 영리를 포기하고 공익을 위한 활동에 진심을 쏟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고 좋은 일이다. 먹고살기 바쁜 생활인으로서는 그런 분들께 감사하고 부채 의식도 갖게 된다. 다만 환경 단체들의 영향력이 가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그 많은 단체가 어떤 재원으로 무슨 목표로 일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러한 단체들이 각종 정부 위원회와 입법부로 진입하는 등용문이 되어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에너지 안보와 환경 단체의 활동이 충돌할 가능성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최근 인도에서 있었다. 인도는 연간 탄소 배출량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고 증가율로는 세계 1위다. 그런 인도에서 지난 1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환경운동가 부부가 거액의 외국 지원금을 받아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한 혐의로 가택 수색을 당했다. 국익에 반하는 활동이란 인도의 ‘화석연료 비확산조약’ 가입 운동을 벌인 것이다. 이는 탈석탄동맹보다 확대된 개념의 협정으로 현재 17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의회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인도 정부의 발표는 이 환경운동가들을 거의 간첩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외국의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자금을 받아 “인도를 국제적 사법 리스크에 노출시키고 인도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되는”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외국의 NGO가 다름 아닌 록펠러 재단 같은 유명한 곳이지만 소용없었다. 경제 성장이 최우선인 인도 정부와, 세계 탄소 배출의 1%만 차지하고도 기후 위기에 책임감을 느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매우 다르겠지만, 인도의 이 사건은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결국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무엇보다 ‘국민 우선’이어야 한다. 기후 위기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안보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재생 에너지 확대가 필요하지만 과속과 쏠림은 국익을 해친다. 정부의 냉철한 실용주의는 이런 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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