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나프타 쇼크에 흔들리는 산업안보
나프타 포함한 수급 전반 대응체계 구축을
올해 2월28일 시작된 중동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호르무즈해협 통과 물량은 전쟁 이전의 10% 미만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인 4억배럴 공동 방출을 결정하고, 한국도 2246만배럴 방출에 동참한 것은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닮은 듯 다르다. 충격이 원유와 LNG의 가격·수급 불안에 그치지 않고,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가장 자주 호명되는 숫자는 ‘208일’이다. 하지만 이 숫자를 곧바로 ‘한국 경제가 208일 버틴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정부가 말하는 208일은 IEA 방식으로 계산한 석유 순수입량 대비 정부 비축과 업계의 재고를 합산한 총 석유비축의 비상대응 지표이다. 더구나 IEA의 비축 일수 산정방식에서는 나프타가 예외적으로 빠지고, 석유제품 재고에서도 석유화학용 나프타는 제외된다.
그래서 208일은 연료안보의 지표일 수는 있어도 석유화학 공장까지 정상 가동되는 산업안보의 숫자로 읽기 어렵다. 정부 전략비축은 나프타를 제품으로 별도 비축하기보다 원유 속 10~11일분을 간접 반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위기 국면에서 원유 속에 ‘들어 있는’ 나프타와 즉시 투입 가능한 제품 나프타는 대응 속도도, 정책 효과도 다르다.
왜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을까.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2년 정부는 나프타 16일분 의무비축을 추진했고, 이후 20일분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업계는 나프타가 연료가 아니라 산업용 원료이고, IEA도 비축 권고 대상에서 제외하며, 이미 10~15일분의 운영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발했다. 추가 의무비축은 조달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자금 부담만 키운다는 것이었다. 평시에는 일리가 있었던 논리다.
하지만 전제가 바뀌었다.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1970년대에 기반이 형성되고 198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금처럼 국가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오늘의 한국은 원유가 부족하면 차가 멈추는 나라만이 아니다. 나프타가 흔들리면 나프타 분해공정(NCC) 시설 가동이 줄거나 멈추고 포장재와 용기, 생활필수품과 의료소모품까지 연쇄 충격을 받는 산업국가다. 이제는 ‘주유소가 얼마나 버티느냐’ 못지않게 ‘석유화학 공장이 얼마나 버티느냐’를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해법은 분명하다. 우선 208일과는 별도로 나프타를 포함한 산업안보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최소 민간재고 의무와 제한적 공공 비축, 긴급 수입금융, 보험·물류 지원을 결합한 혼합형 모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건의료, 핵심산업, 생활필수품 생산에 나프타를 우선 공급하는 원칙을 제도화하고, 중동 이외 도입선과 우회 선적 거점, 비상시 스와프 계약을 평시에 준비해 두어야 한다.
국가 비축의 비용은 장부에 찍히지만 비축 부재의 비용은 늦고 더 비싸게 돌아온다. 지금 그 청구서는 종량제봉투와 라면 포장재, 화장품 용기와 수액백의 형태로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원유 총량만 보는 20세기형 비축 정책에서 벗어나 연료안보와 산업안보를 함께 보는 나프타 수급 비상대응체계로 서둘러 옮겨가야 한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단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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