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쇼크, 삼전 자사주 소각… 반도체 호황 끝인가 연장인가

이혁기 기자 2026. 3. 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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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언더라인
구글 터보퀀트에 반도체 ‘출렁’
메모리 효율화로 수요 둔화 우려
비용 낮추면 사용량 늘어난다는
‘제번스의 역설’ 반론도 존재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까지 줄여준다는 구글 '터보퀀트'. 아직은 상용화하지도 않은 신기술이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터보퀀트'가 실제로 메모리 사용량을 줄인다면, 유례 없던 '반도체 호황'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스쿠프가 터보퀀트 논박을 쉽게 풀어봤다.

반도체 시장이 구글의 신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달째 이어지는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 때문만은 아니다.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불안과 물류비 상승도 문제지만, 기존 반도체 산업의 성장 공식을 뒤흔드는 '변곡점'이 최근 등장하면서 시장을 더 깊은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 알고리즘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신기술이 등장했는데 연관 기업들의 주가가 되레 하락했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25일 99만5000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31일 80만7000원으로 6일 새 18.9%가 빠졌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18만9000원에서 16만7200원으로 11.5% 하락했다.

샌디스크(-15.5%), 마이크론(-15.8%) 등 미국 '반도체 대장주'들도 마찬가지였다. 터보퀀트가 반도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거라고 투자자들이 판단했단 얘기다. [※참고: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31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7335만9314주, 우선주 1360만3461주 등 총 14조5806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각 예정일은 4월 2일이다.]

■ 반도체 호황 끝물론=이같은 투자심리가 발동한 건 왜일까. 터보퀀트의 핵심은 인공지능(AI)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저장장치) 용량을 줄여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기존 방식보다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이처럼 메모리 사용효율을 극대화하는 터보퀀트는 그간 반도체 업계의 실적을 떠받쳐 온 'AI 성장 공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일반적으로 AI는 답변의 정교함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 대화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저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메모리 자원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를 더 많이 투입하는 것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었다. 이런 이유로 AI 개발업체들은 앞다퉈 메모리 반도체를 사들였고, 이것이 유례를 찾기 힘든 '반도체 호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구글이 터보퀀트로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판도가 급변했다. "메모리 효율성이 높아진 게 역설적으로 '메모리 수요 둔화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고, 이것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 파고의 앤드류 로차 애널리스트는 26일 투자자 노트에서 "터보퀀트가 AI 메모리의 비용 곡선을 정면 공략하고 있다"면서 "필요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들 경우 AI 업계가 얼마나 많은 메모리 용량을 필요로 하는지 의문이 빠르게 제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연합뉴스]
■ 반도체 호황 연장론=그러자 즉각 반론이 나온다. 터보퀀트가 장기적 측면에서 반도체 업계에 '제2의 호황기'를 가져다줄 거란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7일 보고서에서 "결론적으로 압축 기술은 이미 기존에도 존재했던 기술"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만약 해당 기술이 중장기적으로 보편화해 메모리 효율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AI 기업들의 진입장벽도 낮아지는 셈이 된다. 따라서 AI 서비스의 전체 사용량과 절대적인 수요량을 감소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판단한다."

업계 일각에서 '제번스의 역설'을 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기술 발전으로 자원의 이용 효율이 높아지면 비용이 낮아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져 전체 소비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터보퀀트가 AI 개발 진입장벽을 낮춰 시장 활성화를 돕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은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가 자신의 저서 「석탄 문제」에서 제시한 이론이다. 자원 효율성이 높아지면 자원 소비가 줄어들 거란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은 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석탄 효율성이 높아지자 산업 전반의 석탄 소비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숀 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26일 투자자 노트에서 "AI가 성능 손실 없이 실질적으로 낮은 메모리 요구사항으로 실행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더 수익성 높은 AI 배포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토큰당 비용이 낮아지면 제품 채택 수요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글의 터보퀀트는 반도체 호황기를 끝낼 '독'이 될까, 아니면 시장의 파이를 키울 또다른 '마중물'이 될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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