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언론 자유 논의 번져…“사실 아닌 것 정리 않고 뭉뚱그려 사과”
이 대통령 “조작방송” SBS ‘그알’ 비판
대법선 ‘그알’ 보도 판단 대상 안 올려
“그알=허위 판결” 보도 언론들도 문제

이재명 대통령과 조직폭력단체 관련 의혹을 제기한 8년 전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방송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이 대통령은 에스엔에스(SNS)로 “조작 방송” 등의 표현을 쓰며 ‘그알’을 거듭 비판했다. 전문가와 언론단체는 대중적 조폭 영화를 인용하며 정치인과 조폭연루설을 보도한 그알의 선정적 연출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짚는다. 하지만 그알 취재·보도가 저널리즘 원칙에 충분히 부합했는지 등은 대법원에서 허위사실로 확정된 5년 전 ‘이재명 20억 수수설’이나 추후 보도 필요성과는 별도로 살펴 볼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의견 표명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면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논의가 엇나가고 있다는 우려다.
시작은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엑스(X)에 “정치적 목적으로 거짓의 무덤에 사람을 매장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조폭연루설을) 조작 폭로한 국민의힘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조작 방송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장영하 변호사(전 국민의힘 경기 성남 수정구 당협위원장)가 2021년 10월 ‘이재명 대선 후보자가 성남시장 시절 조폭한테 20억 뇌물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허위사실 공표로 3월12일 유죄를 확정한 것을 계기로 올린 글이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만든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과연 순순히 추후 보도를 할지,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보도할지 궁금하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피디의 기적의 논리, 김상중씨의 리얼 연기 덕분에 졸지에 살인 조폭으로까지 몰렸다. 이 방송은 나를 제거하기 위해 동원된 물리적 테러, 검찰을 통한 사법 리스크 조작, 언론을 통한 이미지 훼손 작전 중의 하나로 보인다”고 적었다. 그알은 2018년 7월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을 주 무대로 활동한 국제마피아파와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3월19일 대법원 판결을 들어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 20억원 수수설이 허위사실로 확정된 만큼 (언론사들은)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추후 보도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당일 저녁부터 최근까지 채널에이(A), 티브이(TV)조선, 연합뉴스티브이, 중앙일보, 서울신문, 문화일보, 동아일보 등 20여개 매체의 후속 보도가 잇따랐다. 장씨의 20억원 수수설 주장이 허위로 밝혀진 만큼 언론사들이 추후 보도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장씨의 기자회견보다 3년 전에 나온 그알 보도 내용들을 열거하며 허위사실 여부의 판단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억원가량의 뇌물을 받았는지, 장씨가 제시한 현금다발 사진이 조폭의 뇌물을 찍은 사진인지를 주된 쟁점으로 보았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알 보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판단은 당시 성남시가 국제마피아파 쪽 코마트레이드에 우수 중소기업 장려상을 준 사실에 대해 이 사건 1심 법원이 “이재명 시장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 대목 정도다.
그알이 보도 앞머리에 ‘비열한 거리’ ‘신세계’ ‘아수라’ 등 조폭 소재 영화를 배치하고, 파타야에서 일어난 조폭 살인 사건을 추적하다가 은수미 전 성남시장은 물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끌어들여 마치 살인사건과도 연관된 듯한 서사구조를 구성한 방식이 과도하다는 비판은 당시에도 일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과는 별도의 문제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알이 제기한 의혹의 논점을 다 다룬 게 아니다”라며 “마치 그 사건에 대한 판결인 것처럼 얘기하는 게 논의를 왜곡되게 한다”고 짚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그알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할 순 있겠으나, ‘조작방송’이라며 방송 내용이 모두 허위이고 정치 공작 차원에서 방송한 것처럼 얘기하는 건 권력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가 대통령 엑스 글이 나온 당일 저녁에 서둘러 사과문을 내고 관련 방송을 한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언론인권센터 이사장)는 먼저 “그알 보도에선 성남시장이 영화 아수라에 나오는 나쁜 시장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인상을 강화하는 내러티브가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에스비에스는 이번 판결과 앞서 나온 허위 제보자 (성남 국제마피아파) 박철민씨 관련 사법부 판단 등을 찬찬히 살펴보고 그알 보도 가운데 어떤 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식으로 정리해 그알 정규 방송 때 자세히 보도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뭉뚱그려 허위 보도인 것으로 서둘러 사과하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어 “법적·관행적으로 용인되는 연출이라 해도, 그로 인해 보도 대상에 대한 부당한 악의적 인상이 장기간 지속됐다면 (언론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권력의 무게만큼 그 표현 방식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권력자가 제작진 개인을 특정해 비판하고, 제작 의도 자체를 단정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20억원 수수설’에 대한 추후 보도와 그알 논란을 뒤섞어 쓰는 최근 언론 보도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미디어콘텐츠)는 “언론이 앞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그 의미를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언론 보도를 보며 판단하고 제대로 된 주장을 하는 성숙한 사회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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