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시민권’ 대법원 심리 앞두고…중국인 원정 출산 때린 트럼프

“중국 등 다른 지역 부자들 아닌 노예들의 자녀를 위한 것” 주장
관세 정책 이어 출생시민권 제한까지 위법 판단 땐 정치적 타격
미국 연방대법원의 출생시민권 관련 심리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인들이 원정 출산을 통해 출생시민권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심리를 중국계 이민자 등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출생시민권은 터무니없이 자녀가 미국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중국이나 나머지 지역의 부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예들의 자녀를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주제를 논의까지 하며 품격 있게 다루는 세계 유일의 국가”라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4월1일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제한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관해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당일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시민권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원정 출산 주제가 다뤄졌던 사실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불법 이민이 출생시민권 논쟁의 중심이었으나 최근 일부 정치·정책적 논의에서는 중국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터 슈바이처 정부책임연구소장은 당시 청문회에서 중국인 원정 출산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한 뒤 중국에서 성장하는 사례가 상당 규모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현재 약 100만명의 미국 시민이 중국에서 양육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미국 내 출생 약 370만건 가운데 외국인 산모 출생은 약 85만건이며 이 중 비거주 중국인 산모의 출산은 100여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산모는 이민자였으며 원정 출산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거주 외국인 산모 출생은 전체의 0.23%, 비거주 중국계 산모는 전체의 0.003%인 것으로 집계된다.
역설적이게도 현대 미국의 출생시민권 원칙은 중국계 미국인과 관련된 역사적 판례에서 토대가 마련됐다. 1898년 연방대법원은 ‘미국 대 웡 킴 아크’ 사건에서 중국인 부모를 둔 샌프란시스코 태생 웡 킴 아크의 시민권을 인정하며 수정헌법 제14조의 적용 범위를 확립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번 심리에서 14조의 ‘시민권 조항’을 검토하고 출생시민권 제도상 시민의 범위를 살피게 된다. 14조는 부모의 이민 여부 등과 관계없이 미국 내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해석돼왔다.
연방대법원 심리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관세’ 정책에 이어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까지 위법 판단이 내려질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단체는 “출생시민권 문제는 단순한 법적 논쟁이 아니다. 이를 부정하는 시도는 ‘누가 미국인으로 인정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우려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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