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쿼터제’ 축구, 물 마시는 ‘3분’···목만 축이면 ‘맹탕’ 물길 바꾸면 ‘생수’
감독 작전 따라 경기 흐름·승패 갈라

스포츠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한쪽으로 기울던 승부가 ‘작전시간’ 이후 뒤집힐 때면 환호성도 나온다. 이제는 월드컵에서도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도입했다. 3월 A매치부터 적용되고 있다. 선수들의 수분 보충을 위한 휴식시간 명목으로, 전반과 후반 각각 22분마다 물을 마실 수 있는 3분의 시간을 보장한다.
과거에도 32도 이상의 무더운 날씨에는 1분 동안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쿨링 브레이크’가 있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기온에 상관없이 모든 경기에 무조건 적용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실 이 제도는 상업성을 강조하는 FIFA가 전·후반 중간에 3분씩 광고시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축구를 사실상 4쿼터제로 바꾼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선수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3분 사이, 감독들도 자유롭게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축구에는 없었던 작전시간이 생겼다.
한국이 0-4로 완패해 큰 실망을 안긴 3월28일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도 3분의 작전 효과가 확인됐다.
한국은 수비에 힘을 기울이는 스리백을 바탕으로 경기 초반 흐름을 주도했다. 오현규(베식타시)가 전반 20분 골대를 때리는 슈팅으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에메르트 파예 코트디부아르 감독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로 주어진 3분간 열정적으로 주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국 수비의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라는 지시였다. 0-0으로 팽팽하던 경기 흐름은 그 뒤 확 바뀌었다.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의 매끄러운 개인기와 정확한 롱패스에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내줬다. 후반전부터 한국도 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2골을 더 내줬다. 전반전의 그 3분 이후 승패가 완전히 갈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이 끝난 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에는) 상태가 굉장히 좋았는데 그 3분 뒤 집중력 떨어지는 모습이 나왔다. 월드컵을 앞두고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탄식했다. 홍 감독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오현규와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공격수들에게 열정적으로 지시를 내렸지만 명확한 효과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역대 월드컵에서 새 제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경우는 종종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벤치에 정보기술(IT)이 도입되면서 빅데이터가 승패를 바꾸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하프타임을 제외하면 작전시간이 없었던 축구의 틀이 사실상 바뀐다.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두 번의 ‘3분’ 사이, 감독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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