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벚꽃 오는데 꽃게는 아직…봄 조업 빈 그물 '썰렁'

정슬기 기자 2026. 3. 3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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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봄어기 개시 20일째
대표 어종 주꾸미 등 물량 부진
소매가 기준 1㎏ 7만원 웃돌아
예년 비해 어획량↓…일시 변동
“수온·물때 맞는 4월 중순 기대”
▲ 30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 조업을 마친 어민이 그물을 정리하고 있다.

"원래 벚꽃 피기 시작할 때쯤이면 주꾸미가 한창 올라올 시기인데, 올해는 바다 상황이 좀 다르네요."

지난 30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간조가 지나 바닥을 드러냈던 포구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자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배가 포구에 닿자 어민들은 곧바로 어망을 끌어 올리고, 물을 털어내며 잡은 것들을 정리했다.

수산물은 곧바로 공판장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날 조업에 나선 70대 어민 A씨가 건져 올린 어획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봄철 대표 어종인 주꾸미와 꽃게 모두 부진한 모습이었다.

A씨는 전날 충남 서산 인근 해역까지 나가 길이 150m에 이르는 그물을 설치했지만, 이날 건져 올린 주꾸미는 3~4㎏ 남짓 담긴 어망 10여 개가 전부였다. 꽃게 역시 12마리에 그쳤다. 그는 "수온이 지난해보다 높아서 그런지 고기가 덜 붙는다"며 "기름값은 비싸지고, 그물은 비어 있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인천에 벚꽃 개화가 예고되며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바다의 계절은 아직 더딘 모습이다. 봄철 조업이 막을 오른 지 20일째지만, 어획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30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 주꾸미 물량이 부족해 대야가 비어 있다.

포구 옆 난전어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꾸미와 꽃게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대신 낙지와 가자미, 복어, 바지락, 소라 등을 진열해 손님을 맞고 있었다. 몇 없는 주꾸미는 물량 부족으로 경매가가 ㎏당 5만원 안팎까지 올라, 소매가 기준 1㎏에 7만원을 웃돌고 있다.

다만 봄 조업이 시작된 지 두 사리째에 접어든 만큼, 어민들의 분위기가 마냥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조업을 마친 뒤 그물을 손질하던 김모(68)씨는 "지금은 아직 초반이라 그렇지, 물이 한 번 더 돌고 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보통 주꾸미가 지나가고 꽃게가 붙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철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물이 빨리 따뜻해지면서 타이밍이 조금 어긋난 느낌이지만, 4월 중순쯤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소래포구 어민들은 가까운 경기 시흥 연안부터 덕적도 외해, 멀게는 충남 인근 해역까지 나가 전날 그물을 설치하고 다음 날 걷어 올리는 방식으로 조업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예년만큼의 어획량은 아니지만, 계절이 자리 잡기 전 나타나는 일시적인 변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인천수협 소래공판장 관계자는 "과거 이맘때에 비하면 고기가 잘 안 잡히고 있는 건 맞다"며 "연구기관에서는 올해 서해 어획량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수온과 물때가 맞아떨어지는 4월 중순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슬기 기자 za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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