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앞다퉈 '우르르'…30년 만에 '화려한 변신'
외국인 투자 1000억弗 육박
亞 성장률 뛰어넘는 아프리카
원조 대신 투자 받는다
年 1500만명씩 노동시장 진입
2050년엔 세계 인구 28% 차지
니켈 등 핵심광물 자원도 풍부
전력 불안·낮은 교육수준은 과제

1990년대 중반 유엔은 탄자니아 서부 응가라에 비행장을 지었다. 국경 인근 난민 캠프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 비행장에는 구호 물자가 아니라 투자자를 태운 항공기가 잇따라 착륙하고 있다.
식민 지배의 과거를 딛고 경제 성장을 꽃피우겠다는, 아프리카인이 품어온 100년간의 열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원조가 아니라 투자 자본 유치를 통한 성장이 본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핵심 광물 수출과 인구 증가세가 장기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아시아 제친 성장률
3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4.5%다. 이례적으로 아시아(4.1%)를 넘어섰다. 국가별로 보면 성장세는 더 뚜렷하다. 기니는 10.5%, 우간다는 7.6%, 에티오피아는 7.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20개국 가운데 11곳이 아프리카 국가”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 원조에 기댄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원조는 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선진국들의 원조는 전년 대비 최대 4분의 1 감소했다. 2010년대만 해도 매년 수백억달러를 빌려주던 중국은 최근 신규 대출보다 기존 대출 상환으로 돈을 회수해가고 있다.
빈자리는 투자금이 채우고 있다. 2024년 아프리카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보다 75% 급증한 97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북아프리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튀니지의 FDI는 21% 늘어난 9억3600만달러였고, 모로코는 55% 증가한 16억달러를 유치했다.
◇ 달러 약세·원자재 랠리 호재
경제 환경도 우호적이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달러 약세는 아프리카 통화 가치 하락 압력을 완화해 물가를 안정화하고 성장 여력을 키웠다. 금과 구리 가격 상승은 잠비아처럼 광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각국 정부의 경제 정책 기획 및 집행 역량이 강해진 점도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에서 신중한 통화 정책을 펼친 덕분에 물가 상승률이 둔화했다”며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장 친화 개혁은 해당 국가뿐 아니라 주변 지역 성장도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는 미국과 유럽을 향하는 제조업 수출의 ‘관세 피난처’ 역할도 한다. 중국 제조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공장을 세운 뒤 현지 생산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관세 혜택을 누리는 식이었다. 다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10% 기본 관세 부과 대상에 아프리카 국가도 포함돼 이 같은 이점은 줄었다.
◇ 인구는 중장기 성장 엔진
중장기 전망은 더 밝다. 무엇보다 인구 증가세가 가파르다. 저출생이 세계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아프리카는 계속 인구가 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인은 2050년 2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광물 개발 여력도 크다. 대표적으로 탄자니아 카방가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의 세계 최대 미개발 매장지가 있다. 최근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단순 채굴에 그치지 않고 가공 단계까지 수행한 뒤 수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를 통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역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질수록 아프리카 자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노동시장 부실이 대표적이다. 인구 증가로 매년 청년 1500만 명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상당수는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전력 공급 불안 또한 문제다. 농업 생산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에 못 미치고, 초등학교 취학률은 2010년 이후 정체 상태다. 정치 불안 역시 성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다.
서상현 고려대 아시아·아프리카 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은 “중국과 인도 기업이 앞다퉈 공장을 짓고 있어 일자리 문제는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프리카는 성장세가 계속 확대되는 지역으로, 과거 중국의 두 자릿수 성장률에 비견할 만큼 놀라운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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