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부진·유가 급등 ‘이중고’ LCC업계 구조조정 압박
지난해부터 다시 수익성 악화
유가 급등에 손실 눈덩이 우려
위험 회피 장치 없어 생존 위협

유가 충격이 항공업계를 강타한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악화된 LCC는 유가 충격을 회피할 장치도 부족한 상태다. 공급 과잉으로 시작된 LCC 업계 ‘치킨 게임’이 고유가로 가속화되면서 ‘탈락자’가 빨리 가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2개 대형항공사(FSC)와 에어부산,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파라타항공, 에어로케이, 섬에어 등 10개 LCC가 운항하고 있다. 인구 1억 2000만 명의 일본에 9개 항공사가 있고 인구 8500만 명의 독일에 6개 항공사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기간 ‘빈사 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난 국내 LCC는 지난해부터 다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26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제주항공도 1117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진에어(192억 원) 에어서울(75억 원) 에어부산(45억 원) 등도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파라타항공 등 비상장 LCC의 아직 2025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은 상태지만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LCC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국제선이 핵심 수익 노선이지만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LCC는 대부분 유가 충격 회피를 위한 파생상품에도 가입하지 않아 유가 급등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적자 LCC’에 대해 “지속되는 적자는 재무리스크로 연결, 모회사의 꾸준한 자금 수혈에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공급 포화 시장에서의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LCC의 생존 위협에 따른 구조조정 압박은 외국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로이터는 최근 보도를 통해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유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LCC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면서 “스피릿항공, 프론티어항공이 이미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2008년 유가 상승과 금융 위기는 파편화돼 있던 미국 항공업계를 4대 항공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J.P. 모건은 고유가가 유지될 경우 취약한 LCC의 재편을 촉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유가 관련 위험 회피 수단이 없어 취약한 상태인 미국 LCC 제트블루의 경우 최근 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항공업계에서 생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요금 인상과 운항 감축 등 비상경영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31일 우기홍 부회장 명의의 사내 공지를 통해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2위 규모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5일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등 다수 LCC는 고육지책으로 4월 이후 운항편을 줄이면서 사업 규모를 축소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