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외교 역풍...“대화-강공 이중메시지, 협상력 오히려 떨어뜨려” [디브리핑]
“과거 발언과 달리 합의 서두르는 모습”
호르무즈 통행세 걷는 이란…후티 반군에 홍해 봉쇄 압박도
“경제 충격 이용해 트럼프 조급함 활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AP]](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1/ned/20260331184147847vrtl.jpg)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는 동시에 “하르그섬과 모든 발전소를 폭파할 것”이라는 압박도 연일 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와 ‘강공’ 메시지를 병행하며 이란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이란과의 협상력을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협상이 과거 자신이 강조했던 협상 원칙과 충돌하며 외교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87년 출판한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협상에서 가장 나쁜 것은 성사를 간절히 원하는 듯 보이는 것”이라며 “상대가 약점을 파악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고 강조한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는 달리 최근 이란 전쟁에선 그가 오히려 합의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매체는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이란 측과 “진지한 논의”를 통해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며 “아마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과의 합의가 조기에 도출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와 유정,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 담수화 시설까지 “폭파하고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력과 식수라는 생존 기반을 차단하고, 정권의 핵심 자금원인 석유 생산·수출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국가 인프라 전반을 겨냥한 전면 파괴 선언에 가깝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가 임박했다고 말하는 동시에 군사작전 강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 USS 니미츠가 30일(현지시간) 파나마만을 항해하고 있다.[AFP]](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1/ned/20260331184148104eark.jpg)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압박을 통한 협상 유도’로 요약되지만 시장 불안과 전쟁 비용, 국내 여론 악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비용은 약 250억달러(약 38조원)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며, 미 국방부는 이에 추가로 2000억달러(약 305조원)를 요청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5% 하향 조정되고, 물가상승률을 0.9%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제한적 임무만 맡긴다 해도 미 지상군이 투입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이란 군사작전에 대한 지지 여론이 낮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선거 전부터 미국이 중동의 새로운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
실제로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이 개시된 지난 2월 28일부터 미군 부상자는 300명이 넘으며,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됐다.
코넬대 레피 평화·분쟁연구소 방문학자인 데이비드 코트라이트 교수는 미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에 올린 기고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의 전략적 선택지를 생존과 복수로 좁혀놓았다”며 “살아남은 지도자들이 미국 측에 상응하는 양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거나 안보 목표를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지지자 집회가 열리는 동안 보안 요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AFP]](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1/ned/20260331184148411wbvi.jpg)
반면 이란은 이러한 조급함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드론 공격과 해협 통제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압박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유조선에 대해서는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식 공식화했고, 후티 반군에게 홍해 봉쇄에 나설 것을 압박하면서 세계 물류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이란 프레스TV와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관리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미 이란은 현재 일부 선박에 대해 통행료 명목으로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위안화로 받고 있다.
이란은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을 이용해 홍해에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게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남부 홍해에서 선박 공격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고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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