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의 따따부따] 침몰 직전의 배, ‘키’를 놓은 국민의힘

배가 가라앉을 때는 늘 전조가 있다. 바닥에서 물이 스며들고, 선원들은 불안함으로 눈빛마저 흔들린다. 하지만 선장은 끝까지 "문제없다."라고 말한다. 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딱 그 형국이다. 이미 선체는 젖어가고 있는데, 갑판 위에서는 서로 책임을 묻느라 시끄럽다. 기울어 가는 배에서 자신만은 살고자 아우성친다. 항로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겠다는 건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분명치 않다. 지지율은 출렁이고 민심은 멀어지는데, 정작 당 안에서는 바깥을 보지 않는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지율 하락에 대한 원인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공격의 화살이 당 내부로 향하고 있다."라는 장동혁 대표의 말을 전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에 대한 내부 진단의 현주소다. 갈등은 일시적인 파열음이 아니라 구조적인 균열로 번지는 분위기다.
언론들의 최근 기사를 보면 그것은 더 선명하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삭발과 단식 그리고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컷오프를 둘러싼 반발은 공개 충돌로 이어졌다. "원칙 없는 공천"이라는 내부 비판까지 나왔다. 당이 만든 기준을 스스로 흔드는 모습, 그 자체가 신뢰의 균열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보수의 심장에서조차 균열이 생긴다면, 이 배는 이미 중심을 잃은 셈이다. 정작 배는 침몰 중인데 선실 자리싸움하는 꼴이다. 문제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다.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공천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임에도 책임보다 이해관계가 앞서고 있다. 신뢰가 없는 공천은 정당이라는 배를 버티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해서 파도가 없는 건 아니다. 민주당 역시 내부 갈등과 계파 문제,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논란은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지도부를 둘러싼 사법적 변수와 계파 간 긴장 관계는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최소한 '밖을 본다.'라는 점이다. 공격의 방향을 외부로 유지하며, 내부 균열을 일정 수준 봉합하고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역시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략공천과 현역 평가를 둘러싼 불만이 제기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반발도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기준'과 '명분'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논란이 생겨도 곧바로 메시지를 정리하고, 지도부가 방향을 제시한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배의 '키'가 어디를 향하는지는 보인다는 뜻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19%까지 떨어지며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주당과의 격차는 20%포인트를 훌쩍 넘는다. 현재 여론의 수치와 방향이 지방선거에 고스란히 반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심의 향방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민심이 거센 파도처럼 흔들릴 때 그것은 위기의 순간이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리더십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보도를 보면 당 지도부를 향한 불신과 피로감이 적지 않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내부 발언까지 전해질 정도다. 방향 제시보다 갈등 관리에 쫓기고, 갈등 관리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는 단순한 리더십 위기가 아니라 체계의 문제다. '키'를 잡은 사람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배는 더 위험해질 뿐이다.
정치는 민심이라는 바다를 헤쳐 나아가는 것이다. 바람이 바뀌면 돛을 바꾸고, 파도가 거세지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민심의 변화에 따라 방향을 읽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과거의 해도에 기대어 현재의 바다를 건너려 한다. '친윤'과 '절윤'의 모호한 해도 앞에서 서로의 방향성을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침몰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물이 새면 막고, 방향을 잃으면 다시 잡고, 싸움이 나면 멈춰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