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기면 도로 뚫리고 지원금"… 4개 지자체 주민들 기대감 커

31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전 입구에는 서생면 주민협의회 등 지역 주민 단체 7~8개가 내건 원전 자율 유치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주민 단체들은 본격적인 원전 유치전을 앞둔 가운데 향후 유치활동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생면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70대 후반 할머니는 "원전(새울 3·4호기)이 생기면서 도로가 뚫리고 마을이 지원금도 받는다고 들었다. 마을에 좋은 방향으로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길천삼거리 일대도 신규 원전을 염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김형칠 길천마을 이장은 "어르신만 가득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꼭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며 "원전 위험성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여기 실제로 살고 있지 않느냐.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서로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신규 원전 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공모 절차를 마감한 결과 울산 울주군과 부산 기장군, 경북 영덕군과 경주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가 원전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2.8GW 대형 원전 2기와 0.7GW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울산 울주군과 경북 영덕군은 대형 원전 2기를, 부산 기장군과 경주 경주시는 SMR 유치를 신청했다. 한수원이 오는 6월 말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4개 지자체 모두 원전 입지로 손색없는 후보지임을 내세우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형 원전 2기는 2037~2038년, SMR은 2035년 가동이 목표다.
지자체들이 원전 유치에 앞다퉈 나선 것은 안정적인 세수 확보와 일자리, 인구 유입 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원전은 수조 원대 건설비가 투입되고 60년 가까운 운영 기간에 지역자원시설세 등 지방세 확충, 각종 지원금 등을 통해 연간 수백억 원 이상의 재정 수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원전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각종 복지시설 건립이나 도로·환경 정비, 주거환경 개선 등에 쓰이고 있다.

지자체들은 각자의 강점을 홍보하고 단점을 감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입지, 인프라스트럭처 등의 우위를 강조하는 한편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최대한 설득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울주군은 용지가 이미 확보돼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신규 원전 용지로 거론되는 새울원전 인근 한수원 인재개발원 용지는 원전 2기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용지 보상과 주민 이주 문제가 사실상 없어 사업 추진이 빠르고 용이하다는 평가다. 손복락 신규 원전 자율 유치 울주군 범대책위원회 추진위원장은 "전력 수요처와 송전망 구축 등 경제성 면에서는 울주군이 앞선다고 생각한다"며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에 속도를 내려면 울주군만 한 입지가 없다"고 말했다.

영덕군은 과거 건설이 무산된 천지원전 예정지와 토지 확장성 등을 강점으로 내걸었다. 지난 2월 주민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가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고 답할 정도로 주민 수용성도 높다. 이광성 범영덕원전유치위원회 위원장은 "한때 원전 용지가 백지화된 경험도 있는 만큼 반대 여론은 계속 설득하겠다"며 "5월까지 주민 수용성을 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MR 유치에 나선 기장군과 경주시는 유치 필요성 등을 알리는 주민설명회에 집중하고 있다. 기장군은 고리본부 내 22만㎡의 유휴용지가 있고, 이미 송배전망 등도 다 깔려 있어 건설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유일의 SMR 국가산업단지가 조성 중인 경주시는 "SMR 국가산단 조성 덕분에 산단 내 기업의 유치 의향서도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자체마다 원전 반대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남아 있다. 탈핵단체 '신규원전반대 울산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1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영덕핵시설저지 시민단체도 어민 피해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설하는 SMR은 주변 산업단지 수요와 연계될 수 있거나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이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SMR 용지는 기존 원자력 발전소와 접근성이 좋거나 인프라를 잘 구축할 수 있게끔 돼 있는 용지가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며 "처음 건설하는 형태의 원자로다 보니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조성된 용지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경주 우성덕 기자 / 울산 서대현 기자 / 부산 김진룡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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