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운영체제, 중앙 넘어 지역 주도 전환 시급

김칭우 기자 2026. 3. 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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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광역경제권 균형과 지방소멸 방지를 위한 한국 공항 개혁의 방향
① 세계 공항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스페인, 중앙집권…지방공항 자율성 약화
일본, 관료 중심 관리…자생력 확보 한계
중국, 성 단위 확장…공항망 연결 불균형
미국, 지역 별로 공항 운영…경쟁력 확보
캐나다, 장기임대 형태…지속가능 운영 과제

한국 공항, 지방소멸 대응 핵심 수단
'권역별 공항공사' 체제 전환 필요성
전문가 “정부, 안전·감독 등 집중을”
▲ 2025년 글로벌 항공 여객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지역 경제의 엔진이자 지방소멸 방지의 핵심 수단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인천일보 DB

2025년 글로벌 항공 여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공항 운영체제는 더 이상 효율성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광역경제권 간 균형 경쟁력 제고와 지방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세계 주요 9개국의 공항 운영체제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우리 현실에 맞는 방향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 세계는 중앙집권적, 지방분권적 하나의 모델을 선택하지 않았다 - 그러나 지방공항 발전 측면에서 명암이 갈린다

(1) 스페인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집권 모델을 대표한다. 스페인 정부가 지분 51%를 소유한 아에나(Aena S.A.)는 전국 46개 주요 공항을 사실상 독점 운영한다. 마드리드(항공여객 6620만명), 바르셀로나(5503만명), 팔마 데 마요르카(3330만명) 등 관광 중심 공항이 모두 아에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 모델의 장점은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적자 지역 공항을 대형 허브 수익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공항의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요금 결정권이 중앙에 집중되면서 비행기 착륙료가 비싸지고, 지역 공항이 자율적으로 저가항공사를 유치하거나 상업 전략을 펼치기 어렵다. 실제 아일랜드 기반의 유럽 최대 저비용 항공사중 하나인 라이언에어(Ryanair)는 아에나의 독점적 요금 정책을 비판하며 스페인 노선을 줄이고 있다. 지방공항은 중앙의 획일적 정책으로 국제 노선이 감소하면서 지역 경제 침체, 관광객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방공항 발전 측면에서는 가장 실패한 모델로 평가된다.

(2) 일본

일본은 전통적인 관료 중심 모델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중이다. 국토교통성이 '국 관리 공항' 19개(하네다 HND, 신치토세 CTS, 나하 OKA 등)의 활주로·관제시설을 직접 관리하고, 터미널은 별도 회사나 최근 확대되고 있는 콘세션(민간 운영권 위탁)으로 운영된다.

안전성과 정시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지방공항의 폐해는 명확하다. 2~3년 주기의 전국 순환보직 체제로 인해 지역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방 공항이 중앙 정책에만 의존해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홋카이도 7개 공항, 후쿠오카, 히로시마 등이 민간 운영권을 위탁받았으나, 중앙정부의 최종 관리 권한이 강력하다. 지방공항의 자생력이 약하다보니 지방소멸 방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가장 미흡한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3) 중국

강력한 중앙집권적 형태라 생각되는 중국은 예상과는 달리 중앙집권과 성(省) 단위 그룹화를 결합한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중국민용항공국(CAAC)이 공항 정책과 안전을 통제하면서, 각 성별로 '성 공항그룹'을 두고 여러 공항을 통합 관리한다. 대표적인 성 공항그룹으로는 베이징공항그룹(Capital Airports Group, 베이징 수도공항 PEK + 다싱공항 PKX, 2025년 항공여객 1억2400만명 규모), 상하이공항그룹(PVG, 7679만 명 + SHA 4794만명), 광둥공항그룹(CAN 7636만명 + SZX 6148만 명), 쓰촨성공항그룹(Sichuan Airport Group, 천부공항 TFU 중심), 충칭공항그룹(Chongqing Airport Group, 장베이공항(CKG), 산둥성공항그룹(Shandong Airport Group, 칭다오·지난 중심), 허난성공항그룹(Henan Airport Group, 정저우 중심) 등이 있다.

2024년 중국 본토 총 항공여객은 14억5900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형 허브 중심의 초고속 성장과 맞물려 각 성은 산하 293개 지급시(地级市)마다 지방공항을 대거 건설해 중국을 거대한 공항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성의 수도격인 성도(省都) 공항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인구 300만~500만 명 규모의 지급시에도 지방공항이 대부분 건설됐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일부 성도 공항은 국제선과 환승 기능이 미흡하고, 성도 공항과 그 아래 지급시 지방공항 간 국내선 연결이 충분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많은 지방공항이 저조한 이용률에 머물러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전국적 공항 네트워크 활성화는 미완성 상태다.

중앙집권적 체제의 특성상 빠른 인프라 확충에는 성공했지만, 31개 성시의 성도 공항과 293개 지급시 수준의 지방공항간에 실제 수요에 맞는 항공네트워크 운영과 지방공항의 자생력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 겨울방학 성수기를 맞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일보DB

(4) 미국

미국은 지역 중심 비영리 공항공사(Airport Authority) 모델의 대표 주자다. 435여개 독립된 공항 당국이 공항을 운영하며, 대부분 시정부 또는 카운티 정부 산하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한다. 대표적인 대형 공항으로는 애틀랜타(ATL), 댈러스/포트워스(DFW), 덴버(DEN), 시카고 오헤어(ORD), 로스앤젤레스(LAX), 샬럿 더글러스(CLT), 라스베이거스(LAS), 올랜도(MCO), 마이애미(MIA), 피닉스(PHX), 샌프란시스코(SFO) 등이 있다.

특히 뉴욕·뉴저지 지역에서는 뉴욕뉴저지항만공사(Port Authority of New York & New Jersey, 포트 오소리티)가 JFK, 라과디아(LGA), 뉴어크(EWR) 공항을 비롯해 항만시설은 물론 세계무역센터, 유·무료 터널 등을 통합 관리하는 독특한 다중 교통 인프라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포틀랜드(Port of Portland)와 시애틀(Port of Seattle)도 항만과 공항을 함께 관리하는 포트 오소리티 형태로 운영된다.

이처럼 미국은 지역별로 시정부 또는 카운티 산하 공항공사(Airport Authority), 혹은 인근 주 단위 광역 항만공사 혹은 공항공사격인 포트 오소리티가 공항을 관리하면서도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 혜택이 부족한 오지와 소규모 지방공항은 필수접근권 보장 차원에서 연방 보조금(Airport Improvement Program, AIP)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이러한 지방분권형 분산 모델은 유연성과 지역 맞춤 전략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오지의 소규모 공항이 국가 교통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재정 자립도를 보완해 주는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5) 캐나다

캐나다는 연방 정부(Transport Canada)가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고, 비영리 공항공사(Airport Authority)가 60~80년 장기 임대 형태로 운영하는 NAS(National Airports System)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토론토(YYZ, 항공여객 4680만 명), 밴쿠버(YVR, 2621만 명), 몬트리올(YUL, 2241만 명) 등 주요 대형 공항이 이 모델로 운영된다. 운영 주체는 주 또는 준주 차원의 비영리 공항 당국이 독립적으로 맡고 있으며, 주 정부가 운영에 깊이 개입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다만 북부 준주(노스웨스트 준주, 유콘, 누나부트)의 일부 공항은 준주 정부가 직접 소유·운영하거나 연방 정부가 소유한 채 위탁하는 형태를 띤다.

이 모델의 장점은 지방공항이 지역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부·동부 오지 공항에 대해 필수 항공 서비스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방 정부는 원격 항공 서비스 프로그램(Remote Air Services Program) 등을 통해 북부 원주민 지역 등 원격 커뮤니티의 최소한의 항공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금을 제공하며, 일부 주 정부도 별도의 지역 항공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공성 항공지원 정책(Essential Air Service, EAS)이나 인구에 비해 국토가 넓은 호주의 원격 항공 지원정책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광활한 영토와 낮은 인구 밀도로 인해 원격지 공항의 지속 가능한 운영은 여전히 중요 과제로 남아 있다.
▲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은 제4단계 개발사업을 완료하고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되면서 연간 1억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제여객 기준 세계 3위권 글로벌 메가 허브 공항으로 발돋움했다. /인천일보DB

# 한국에 가장 적합한 방향을 찾아야

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다. 지역 경제의 엔진이자 지방소멸을 막는 핵심 수단이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모델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았듯이, 한국도 이제 권역별 공항공사 체제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한국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통폐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합 효율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한국의 현실을 외면한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면서 "중앙정부는 안전·정책·규제 감독에 집중하고, 실질적 운영과 개발은 해당 지역이 주도하는 것이 진정한 공항 개혁의 길이다. 한국 공항 정책이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진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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