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100주년에 광화문 '현판 논쟁'…한글·한문 함께 써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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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쏟아졌다.
6·25 전쟁으로 불탄 광화문을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철근콘크리트로, 재건하고 여기에 친필 한글 현판을 단 게 시작이었다.
이런 틈을 비집고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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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얼굴은 한글로 해야"
"없던 현판 덧붙이면 역사왜곡"
정부, 한글날 현판 추가할 계획
조만간 국민 의견 수렴 밟기로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함께 달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얼굴’은 한글이어야 합니다.”(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31일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쏟아졌다. 반면 “없던 현판을 문화유산에 덧붙이는 건 역사 왜곡”(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이들은 왜 광화문 현판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문체부는 왜 직접 나서서 토론회까지 열어준 걸까.

◇광화문 현판 수난사
광화문 현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의 중심이었다. 6·25 전쟁으로 불탄 광화문을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철근콘크리트로, 재건하고 여기에 친필 한글 현판을 단 게 시작이었다. 박 대통령의 친필이 서울의 중심에 있는 왕궁 정문에 걸려 있다는 사실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현판을 교체하려다가 정쟁 끝에 흐지부지된 일도 있었다.
광화문 현판이 지금의 한문 필체로 바뀐 건 2010년이다. 광화문 복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판을 19세기 경복궁 중건 당시의 글씨체로 바꾼 것. 그런데 석 달 만에 현판에 균열이 생겼다. 2016년에는 색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이런 틈을 비집고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한자 교육 약화, 반중 감정 격화와 맞물려 “중국 글씨가 왜 저기 걸려있느냐”는 젊은 층의 반응이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한글 현판을 제안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시 국가유산청장이 문화재를 원래 모습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현판 교체는 무산됐다.
이번 정부에서 판이 다시 뒤집어졌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기존 현판을 유지하면서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하는 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 국민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글날에 맞춰 현판을 바꾸겠다는게 정부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는 그 첫발이었다.
◇“한글은 국가 정체성”vs “역사 왜곡”
한글 현판 찬성측은 광화문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광화문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만큼 당연히 한글이 있어야 한다”며 “문화유산을 현대에 맞춰 재해석한 사례는 해외에도 많다”고 했다. 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예로 들었다. 18세기 왕실 궁전 앞에 20세기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자 처음엔 격렬한 반대가 쏟아졌지만, 지금은 피라미드가 루브르 박물관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한글 현판에는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다는 게 찬성측 주장이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은 “경복궁 연간 관람객 688만여명 중 외국인(278만명)이 40%를 차지하는데, 한글 현판을 단다면 한국 문화의 고유성과 우수성을 더욱 잘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양 대동문, 금산사 미륵전 등 현판이 여러 개 걸려 있는 문화유산이 이미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대 측은 문화재 보존을 논거로 들었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문화유산을 시류에 따라 변형하면 역사를 왜곡하고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어가 적혀 있는 영국 왕실 문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1066년 노르만 정복 이후 300년간 영국 왕실 언어가 프랑스어였지만, 영국은 그 흔적을 굳이 지우지 않았다”며 “역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는 “한글 현판을 다는 순간 문화유산 보존과 복원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령 한글 현판을 달기로 해도 실무적인 문제가 많다. 현판 크기와 비율, 서체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2010년 현판 복원 때는 너무 급하게 현판을 만든 탓에 석 달 만에 현판이 갈라지기도 했다. 문체부는 4월 초 의견 게시판을 열고 대국민 설문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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