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우리동네 자치계획-Ⅲ'…지역자원 지렛대 삼아 '자립형 마을성장 모델' 만든다

최준희 기자 2026. 3. 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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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대표적 역사문화 거점…관광 고도화·정주 개선
원천동, 교육인프라 풍부…아주대, 지역공동체와 결합
인계·정자2·연무동, 상권·마을 자치 결합…상인·주민 더불어 성장
송죽·광교2·매탄1·매탄2·매탄4·금곡동, 운동장·공원 등 공공자산…주민 생활 밀착 강화
▲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주민들이 중장기 발전 방향을 담은 우리동네 자치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수원시 전역에서 각 동네의 고유한 정체성과 잠재적 자산 가치를 체계적으로 담아낸 '우리동네 자치계획'이 수립되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이번 자치계획은 과거 행정 관서가 주도하던 하향식(Top-down) 개발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남다르다.

주민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마을이 보유한 각종 자원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한 '상향식(Bottom-up)' 혁신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 명소, 상권, 행정 중심지 등 지역별 특수성을 마을 성장의 핵심 지렛대로 삼는 '자원연계형' 중장기 발전 구상은 향후 자립형 마을 모델의 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역사와 현대의 공존, 관광 자원의 생활 자산화

특별한 지역 자산을 보유한 동네들은 해당 특성을 마을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 수원시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거점인 행궁동이 그 선두에 서 있다. 현재 행궁동은 1만 명에 못 미치는 저밀도 인구 구조로 인해 인구 절벽과 공동화 현상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과 수려한 팔달산을 품고 있다는 독보적인 지리적 환경에 주목했다. '역사와 문화가 깃든 만남의 공간'을 비전으로 설정한 주민들은 관광 산업의 고도화와 주민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행궁동 자치계획에는 마을 노인들이 직접 도로변 주차 관리를 맡는 '실버 일자리 사업'이 포함됐다. 이는 고령화 문제와 주차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실천적 대안이다. 또한 상가 간판 디자인의 한글 사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마을의 미적 통일성을 확보하고, 성곽 방문객의 동선을 마을 안쪽 깊숙한 골목상권으로 유도하는 '골목 관광화 사업'을 추진한다. 나아가 행궁동과 수원역을 유기적으로 잇는 대중교통망 확충 및 보행 환경 개선을 통해 외지인뿐만 아니라 실거주 주민들의 이동 편의성을 극대화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주민들로 구성된 자치계획수립단이 회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대학과 마을의 결합, 교육문화도시의 실현

교육 인프라가 풍부한 원천동은 아주대학교라는 자산을 지역 공동체와 결합하는 상생 모델에 방점을 찍었다.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활용해 '대학과 지역, 세대와 세대가 어우러지는 교육문화도시'를 미래 비전으로 확정했다. 이를 위해 대학 및 인근 중·고교를 연계한 '상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교육 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꾀한다.

원천동의 계획은 단순한 교육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마을 거점 곳곳에 팝업 형태의 '문화예술실험실'을 설치·운영하여 주민들의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대학 측 전문가와 지역 예술가가 협업해 소규모 문화 이벤트를 공동 기획하는 등 대학의 인적·시설 자원을 마을 깊숙이 확산시키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는 대학이 섬처럼 고립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심장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자치계획단이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경제 거점의 재탄생, 상권과 자치의 전략적 결합

상권 활성화와 마을 자치의 결합을 시도하는 거점 지역들의 움직임도 매섭다. 팔달구의 중심이자 광역 유동 인구가 집중되는 인계동은 '서로를 돌보며 성장하는 마을'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수원시청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심 업무지구와 나혜석거리, 국제자매도시 테마거리 등 기존 특화거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민들은 정기적인 거리 문화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인근 공원과의 보행 동선을 개선해 단순 통과형 인구를 '체류형 소비 인구'로 전환하려는 치밀한 포석을 마련했다.

대형 쇼핑몰과 전통시장이 공존하는 정자2동은 더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도출했다. 복합문화공간인 111CM과 정자시장, 영화천을 잇는 '관광 벨트형 루트' 개발이 골자다. 특히 정자시장 내 유휴 공간에 가변형 스탠딩 테이블을 설치해 시장 먹거리 문화를 강화하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시장 상인과 주민이 실질적으로 공생하는 상향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전통시장의 활력이 마을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연무동 역시 '주민과 상인이 더불어 행복한 마을'을 목표로 연무전통시장의 자립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장 진입로 확충과 아케이드 설치 등 하드웨어적 현대화는 물론, 상인 간 연대 체계를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을 자치계획에 포함시켰다. 이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마을 상권이 스스로 생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주민 차원의 대응 전략이다.
▲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주민들이 수립한 우리동네 자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공공 자산의 재발견, 자연과 사람의 공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대규모 공원을 보유한 지역들은 공공 자산의 가치를 주민 생활 밀착형으로 재편하고 있다. 만석공원이 위치한 송죽동은 kt위즈파크 등 대규모 외부 유입 시설을 배후지로 둔 점을 적극 활용한다. 공원 방문객이 지역 상권으로 유입되도록 '송죽동 맛집 지도'를 제작하고 스포츠 이벤트 연계 상생 프로그램을 기획해 마을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동 전체 면적의 절반이 광교호수공원인 광교2동은 공원을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주민 참여형 생활 공간'으로 정의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공원운영단'을 조직해 호수공원의 가치를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키고, 공원 내 커뮤니티 전용 공간을 조성해 주민 간 소통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주민들이 우리동네 자치계획 수립을 위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매탄4동은 마을 중심의 매탄공원을 주민자치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창의적인 대안을 내놨다. 야외 공연장에서 열리는 마을 영화제와 버스킹 공연, 반려동물과 주민이 공존하는 전용 공간 조성 등 공원의 다기능적 활용도를 극대화해 '공원 중심의 마을 공동체'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매탄1동은 재개발 구역과 기존 인프라의 공간적 조화를 준비하며 10년 전통의 매여울축제를 계승하고 있으며, 매탄2동은 매봉공원과 매탄도서관을 거점으로 세대 공존형 문화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금곡동 또한 수변공원 인프라를 주민 중심으로 개선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계획을 확정하며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마을의 자원을 발굴하고 미래 가치와 연결하려는 주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이번 자치계획의 핵심"이라며 "주민들의 이러한 열정이 실질적인 정책 결실로 이어지고, 마을의 자생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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