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상징 '압구정 재건축', 현대·삼성·DL 등 대형사 집결
조범형 2026. 3. 31. 17:38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압구정 일대에서 대형 건설사 간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2구역을 선점한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삼성물산, DL이앤씨 등이 3·4·5구역에 집결하면서, 총 사업비 10조원을 훌쩍 넘는 '빅매치'가 압구정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압구정=현대"라는 과거 공식을 되살리려는 움직임과 이를 견제하려는 경쟁사 간 충돌이 이번 수주전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3·4·5구역, 7조원 걸린 핵심 승부처
압구정 재건축은 1~6구역으로 나뉘어 추진되는 국내 최대 규모 정비사업 중 하나다. 이 가운데 3·4·5구역은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특히 3구역은 현대건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4구역은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에 나서며 사실상 수주에 근접한 상황이다. 5구역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2파전 구도가 형성돼 오는 4월 10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대건설, '압구정 벨트' 완성 노린다
이번 수주전의 중심에는 현대건설의 '압구정 벨트' 전략이 있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공하며 강남 고급 주거의 상징을 만든 원조 사업자로, 최근 '압구정 현대' 상표권까지 출원하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2구역을 약 2조7000억원 규모로 단독 수주하며 교두보를 확보한 데 이어, 3·5구역까지 품에 안아 압구정 전반을 아우르는 '벨트화'를 노리고 있다.
2구역에서 제시한 'OWN THE 100' 비전도 확장 전략의 핵심이다. 초고층 랜드마크, 한강변 녹지 특화, 대규모 커뮤니티를 결합한 미래형 주거 모델을 제시하며, 단순 재건축을 넘어 '100년 주거 기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현대백화점과의 연계, 지하철 접근성 강화 등 복합개발 카드도 검토되면서 단지 자체를 '하나의 도시'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별 특성을 반영한 최상의 맞춤형 제안을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거 랜드마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DL, 브랜드·설계로 정면 도전

경쟁사들도 만만치 않다. 삼성물산은 4구역 단독 입찰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주를 노리는 한편, 고급 주거 브랜드와 시공 경험을 내세워 강남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 역시 5구역에서 차별화 설계와 사업 조건을 앞세워 현대건설과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3·4·5구역을 합산한 사업비만 7조원 이상으로 추정하며, 압구정 전체로는 1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평가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한강벨트 아크로 브랜드 경쟁력과 성공적인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압구정 5구역만을 위한 최적의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브랜드보다 현실'…조합원 선택이 변수
다만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조합 내부 변수도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화려한 공약과 달리,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담금 규모·입주 시기·금융 조달 조건 등이 현실적인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사비 상승과 금융 규제 환경 속에서 사업 지연이나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구역에서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 간 의견 충돌이 감지되는 등 내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전이 단순한 사업권 경쟁을 넘어 강남 주거 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민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현재 압구정 재건축 일대가 대형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5구역을 향한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민국 최고 부촌이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조합원들은 단순한 브랜드 네임밸류를 넘어, 현실적인 공사비 책정 여부와 한강 조망 특화 설계, 그리고 시공사의 실질적인 사업 실행 능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관건은 '상징성'과 '현실성'의 균형이다. '압구정=현대'라는 브랜드 서사가 다시 완성될지, 아니면 경쟁사들의 반격 속에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지는 3·5구역 결과에 달려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전략과 조합원 선택이 맞물리는 이번 '빅딜'의 향방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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