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온실가스 배출 규제도 '보이콧'...아시아 "석탄 다시 쓰자"

문재연 2026. 3. 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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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석탄 생산량 감축 계획 사실상 철회
한국·일본·인도, 석탄 발전 규제 완화
전문가들 "새 LNG 공급처 구하기보다
석탄 발전으로 단기 위기 돌파가 현실적"
충남 보령 석탄화력발전소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운영사인 한국중부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이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석유·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위기를 겪게 된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 석탄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때 석탄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불리며 에너지 시장에서 점차 퇴출됐지만,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다시 각국들이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도 미국·이란 전쟁 앞에 꺾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31일 지난해 석탄 생산량 7억9,000만 톤을 올해 약 6억 톤으로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뒤집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5억8,000만 톤의 연간 석탄 생산계획을 승인한 가운데, 잔여 생산량에 대한 계획도 통과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중동 전쟁에 따른 LNG 수급 부족 문제를 명분으로 인니 당국이 자국 석탄 수출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니 대통령은 19일 석탄 생산 증가 및 수출세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앞다퉈 LNG의 대안으로 석탄을 찾고 있다. 한국만 해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6일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현재 70%대인 원전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따라 최대 80%까지 제한했던 석탄발전 상한도 해제하고, 석탄발전소 2기의 폐지 시기도 연기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재명 대통령이 2040년까지 석탄발전 설비 대부분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짚었다. 한국환경운동연합은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석탄을 더 태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일본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제한을 1년간 완화하기로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규제 완화로 LNG 약 50만 톤 분량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다.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의 스기야마 다이시 연구원은 FT에 다음 달 시행 예정인 의무적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이는 석탄발전소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글로벌 로펌인 노튼로즈풀브라이트는 "LNG 수급 위기에서 새로운 LNG 공급처를 찾는 것보다 석탄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석탄은 상대적으로 규격이 단순하고, 현물 시장이 활성화돼 있어 단기적으로 에너지 공급 위기를 넘기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늘리라면서, 폐쇄했던 구자라트주 타타파워의 4기가와트(GW) 규모 발전소를 오는 6월까지 재가동도 지시했다. 방글라데시는 여름을 버티기 위한 연료 수입 자금으로 20억 달러(약 3조500억 원)의 차관을 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샤피굴 알람 방글라데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방글라데시 당국은 LNG 가격 상승과 전력 부족 심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최대 수준으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석탄발전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가스 가격은 전쟁 발발 후 60% 이상 급등했다. 반면, 아시아 석탄 기준 가격인 뉴캐슬 선물은 톤당 135달러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전쟁 전보다 16%가량 오른 수치다.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탄은 이미 아시아 전력믹스(전력 생산을 할 때 각 에너지원의 비율 및 구성)에서 40~5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배적 연료"라며 "가스보다 오랫동안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대표 사만다 다트는 FT에 LNG 대체 공급을 감당할 수 없는 아시아 국가들이 "석탄에 좀 더 오래 의존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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