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30원 속수무책 급등세…전문가 “전망 내놓기도 힘들어”

31일 원-달러 환율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와 고유가, 높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 글로벌 달러화 강세, 외국인의 코스피 투매(3월 한달 35조원 순매도)가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1530원대까지 올랐다. 최근 원화 가치는 다른 주요국 통화에 견줘 절하 폭이 유독 큰 편인데, 전문가들은 “상단이 계속 더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1530.1원)는 글로벌 금융위기 환율 고점(2009년 3월2일 1570.3원)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장중 한때 1536.9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19일(1501.0원)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1500원대에 진입한 이후 9거래일 중 7일 동안 1500원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율 수준으로 1500원대 안착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이후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한 건 2009년 2월말~3월초 때가 유일한데, 당시 12거래일 동안 1500원대를 보였다. 이달(3월) 한달간 평균환율(1491.9원)도 1500원대에 근접했다.
이날 환율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전날에 견줘 하락했는데도 가파르게 치솟으며 유독 취약한 외환시장을 연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대규모 이탈(31일 3조원 순매도)하자, 역내외에서 환투기 자금까지 가세한 결과로 읽힌다.
중동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지난 2월27일(1439.7원) 이후 이날까지 환율 상승폭(원화 가치 하락)은 91.3원(6.3%)에 이른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가 2.8% 오른 가운데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폭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엔화·유로화·파운드화가 2.1%~3.0%, 위안화는 0.7%에 그쳤다. 일본은 중동산 원유의존도가 약 95%로 우리나라(약 70%)에 견줘 더 높지만, 이란 전쟁이 터진 이후 이날까지 엔화 약세폭은 2.3%에 그쳤다.
이날 아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서울 세종대로 한화금융플라자에 있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일성으로 던진 말이 외환시장에 전달되면서 점심 무렵부터 환율 상승폭을 키웠다는 해석도 시장에선 나온다. 신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현재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단 환율이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를 수용할 수 있는지 보는 만큼 그런 면에서 큰 우려는 없다. 현재 환율은 높지만 달러 유동성은 상당히 양호해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지나친 환율 변동성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원화 약세 베팅을 부추긴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외환당국(재정경제부, 한국은행)도 별다른 구두 개입성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외환분석가는 “지금 환율은 중동 전쟁이라는 거시 변수 동향에 전적으로 달려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에 좌우되고 있다”며 “직전 고점이나 심리적 저항선도 별 의미가 없어 향후 전망 자체를 내놓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단이 계속 더 열려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환율 수준을 직접 타깃(목표)하지 않지만, 최근 환율이 속도 측면에서 빨리 올라가고 있다”며 “외환시장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많아 워치하고 있다. 시장 심리와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신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선 “후보자의 발언 취지는 단지 환율 수준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위기 상황과 연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위기와 직접 연결되는 건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현재 달러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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