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인도 상공장관에 나프타 공급 확대, UAE에 원유 공급 요청"
"美 그리어 USTR 대표와 의견 교환…긴밀한 협력 의지"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인도 상공부 장관에게 나프타 긴급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아랍에미리트(AUE)에는 원유 공급 협력을 당부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한 여 본부장은 지난 23~31일 카메룬에서 열린 1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의 참석 결과와 통상 현안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소개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출장 기간 중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과 만나 납사(나프타) 공급 확대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나프타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로, 한국의 인도향 수입 품목 1위(20%)다.
여 본부장은 "중동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양국 간 고질적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실무적으로 협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볼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에서 약 211만t의 나프타를 수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이미 확보된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에 대해 안정적인 공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호르무즈 해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생명선’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 여 본부장은 ‘WTO 개혁 세션’의 조정자(minister facilitator)로 선임됐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극한 대립 속에서 한국이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다자무역 체제 복원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여 본부장은 "밤샘 협상이 이뤄지는 소수국가 회의인 '그린룸'에 수차례 참여하며 한국의 높아진 국격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일부 국가의 반대로 '전자적 전송 무관세 관행(모라토리엄)'의 전체 합의는 무산됐지만, 한국은 미국·싱가포르 등 66개국과 공조해 'WTO 전자상거래 협정 임시 이행 선언'을 이끌어냈다. K-콘텐츠 및 디지털 서비스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부당한 관세 장벽 없이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간을 앞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대해서는 냉철한 대응을 주문했다. 여 본부장은 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만나 디지털 무역 활성화를 논의하는 한편, NTE 보고서에 담길 한국 관련 사안들을 점검했다.
그는 "NTE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이 제기한 애로사항을 관행적으로 취합한 성격이 강하다"며 "보고서에 언급된다고 해서 모두 미 정부의 공식적인 압박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해가 있는 부분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관세장벽 문제를 논의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 시기와 관련해선 "기존 합의를 구체화하는 조치들이 차근차근 진전되고 있다"며 "서두를 필요 없이 조만간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란 사태 등 중동 정세가 대미 통상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된 이행 조치를 논의하는 단계이므로 영향은 크지 않다"고 했다.
WTO 각료회의에 참석한 여 본부장은 20여 개국과 양자 회담을 갖고 'K-통상' 외연 확장에 주력했다. EU와는 내달 '한-EU 차세대 전략대화'를 신설해 반도체·커넥티드카 등 첨단 기술 및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U·영국·캐나다 측에는 철강 저율관세할당(TRQ)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규범 명확화를 요청했다. 여 본부장은 "멕시코와 FTA 재개 실무협의에 합의했으며, 메르코수르와의 협상 재개 등 중남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도 소개했다.
또 이번 WTO 회의에서 EU 측에 탄소국경세(CBAM)와 배터리법 등 신규 규범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한편, 한-EU 디지털통상협정(DTA)의 조속한 발효에 뜻을 모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또한 영국·캐나다와는 중동 사태에 대비한 에너지 수급 안정화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싱가포르 등 CPTPP 회원국들과도 가입 관련 동향을 공유하며 다자간 협력 네트워크를 재확인했다.
이번 WTO 회의가 열린 카메룬 현지의 여건은 매우 열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 본부장은 "현지 대사관 직원 가족들이 말라리아에 걸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숙소에 모기장을 치고 협상에 임했다"고 했다.
이어 "밤샘 협상이 이어질 때 현지 한국 식당에서 배달해 준 김밥을 먹으며 버텼다"며 "60~70년대 한국처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무역으로 선진국이 된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자 완벽한 모델이었다"고도 소개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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