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發 경제충격 현실화…청와대 ‘긴급재정·에너지 전환’ 동시 가동
유류세 인하·26.2조 추경 의결···재생에너지 전환 속도전 주문
노동·가정폭력·환경 등 민생 법안 21건 공포…처벌·책임 강화
인천·경기 산업·물류 직격탄 우려…공급망·지방투자 확대 병행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급등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청와대가 '전시 수준'의 재정·에너지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추가경정예산 26조 2000억 원을 포함해 세제, 법령, 공급망 관리까지 한 번에 묶은 전방위 대응이다.
수도권 산업과 물류의 핵심 축인 인천·경기 지역은 이번 조치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다. 에너지 수입 관문과 제조업 기반이 동시에 밀집된 구조상 정책 효과와 충격이 동시에 집약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3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법률공포안 21건, 대통령령안 18건, 일반안건 23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대응이다.
이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언급하며 "기존 방식에 머물지 말고 필요하면 긴급재정과 입법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류세 탄력세율을 낮춰 휘발유·경유 가격 부담을 즉각 완화하고, 26조 2000억 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10조 원 이상을 고유가 대응에 집중 투입하고, 나머지는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에너지 전환, 지방 재정 보강에 배분했다. 단기 충격 완화와 구조 전환을 동시에 노린 설계다.
산업 현장 대응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요소·헬륨·알루미늄 등 핵심 자원을 '전시 물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인천항과 공항을 통한 원자재 유입, 경기 남부 반도체·제조업 에너지 의존도 등을 고려한 조치다. 공급망 병목이 발생할 경우 수도권 산업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에너지 정책은 방향이 분명해졌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규정하고, 생산 지역 중심의 전기차 보조금 확대 방안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민생 법·제도 정비도 병행됐다. 노동감독관 직무집행 체계를 일원화하고 임금체불 처벌을 강화하는 등 노동 분야 규율을 손봤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국가와 기업의 공동 책임을 명문화했고, 가정폭력 대응 역시 형사처벌 수준으로 강화했다. 생활 안전과 노동, 환경 전반에서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지방정부 역할 확대도 동시에 추진된다. 종량제 봉투 수급 문제를 사례로 들며 지자체 간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고, 중앙지방협력회의에 기초단체장을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도 의결했다.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중동 전쟁 여파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각 부처가 비상한 인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적극 행정과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위기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이번 회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필요 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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