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검찰 개혁 실험실에 갇힐 것”…15년차 국선변호사의 경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처절한 싸움 벌여야 하는 범죄 피해자,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더 이상 기댈 곳 없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저 같은 변호사 잘 먹고 잘 살라고 이런 법을 만드셨습니까? 정말 감사하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던 2025년 10월14일, 국회에 출석한 정수경 변호사는 격앙된 목소리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사법연수원 39기로 2012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 온 정 변호사는 그동안 성폭력 범죄나 아동학대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리하는 국선변호인을 맡아 왔다. 1400건에 달하는 사건을 담당해 온 정 변호사는 오는 10월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가 맞닥뜨리게 될 '검찰 개혁 그 이후'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형사사법 체계가 범죄 피해자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 아닌 '패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전 국민이 거대한 제도 개혁 실험실에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3월30일 정 변호사가 몸 담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지혜로 사무실에서 검찰 개혁과 보완수사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국회에 출석해 "민주당의 검찰 개혁, 고맙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떤 의미인가.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다. 2026년 현재, 형사사법 제도가 개혁이라는 간판을 달고 더 진일보 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오히려 퇴보했다고 본다. 적어도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개혁'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아이들, 성폭력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 어려운 법률 용어와 절차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국민들의 시선에서 보면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이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해준다'는 안전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힘든 위태로운 상황이다. 전문가조차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관련 절차가 복잡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평등하고 공정하게' 수사·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절망감이 크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안을 비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이라는 울타리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인가.
"안타깝지만 현장 상황은 그렇다. 수사 지연은 일상이 됐고, 범죄 피해자가 쓸 수 있던 우산의 크기는 더 작아졌다. 1차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 범죄 피해자 또는 억울하게 가해자로 내몰릴 위기에 놓인 국민들이 적어도 형사사법 시스템 앞에서 좌절하고 절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 해체를 비롯해 제도 개편 방향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 역시 너무나도 정치적인 측면에서 해석되고 있다. 변호인으로서 지켜 본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가해자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 한 장을 더 확보하는 것도 보완수사이자 보강수사다. 기소 책임이 있는 검사에게 1차 수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만 남겨두자는 것이다. 검찰 응징이라는 목표에 매몰돼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완수사권까지 모조리 박탈한다는 것은 입법으로 국민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패싱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큰 제도 개편이 예정돼 있다.
"형사사법 시스템 설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경찰은 수사 기관이지 법률 전문가가 모인 곳은 아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경찰도 있지만, 그 비율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실제 내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으로 이들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수사에 전문성이 있는 것과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그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 더구나 지금은 수사 경험조차 굉장히 부족한 사법경찰관들이 사건의 마침표까지 찍을 수 있는 구조다.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명예훼손 혐의에 해당하는지,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이 모든 판단을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됐다.
이건 경찰의 잘못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정말 제대로 된 개혁을 하고자 했다면, 인력이나 예산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충분히 지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로 사건은 밀려드는데, 수사 및 법률 전문성을 가진 인력 충원부터 개선이 필요한 지점에 대해선 관심도 없지 않나. 그런데 또 이를 반복하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해체되고 그 기능이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이관될 텐데 정말 우려가 크다. 진행 중인 사건이 통째로 사라지거나 지연이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검찰 인력 중 극히 일부만 중수청으로 이동한다면 국가가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수사 역량과 노하우 역시 모두 상실하게 된다. 경찰과 중수청 등을 견제할 장치나 사건 암장, 부실 수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는 아직 큰 틀의 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입법만능주의로 '일단 법부터 만들어 시행하고 보자'는 식의 제도 개편은 반드시 후폭풍을 불러 온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사 지연과 부실화는 어느 정도인가.
"수사 지연 문제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예전에는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 각각 두 달, 기소되는 사건의 경우 1심 기준 6개월이 걸렸다면, 현재는 각 단계에서 최소 2배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보다 훨씬 더 장기화되는 사건도 부지기수다. 사건 처리도 부실화되고 있다. 아무런 사유도, 내용도 안 적힌 납득할 수 없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를 받기도 한다. '변호사 없이 고소하면 안 된다'는 광고가 왜 나오겠나. 돈을 안 쓰면 수사가 진행조차 되지 않고, 진행된다 해도 부실 처리되는 사례가 많다. 해체를 앞둔 검찰은 검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다수다. 송치된 사건 중 5개월 째 담당 검사만 바뀌며 멈춰 있는 것도 있다.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 가도 언제 기소될지, 또는 불기소 처분이 날지 알 수 없다."
수사 지연은 필연적으로 재판에도 영향을 주게 될 텐데.
"성범죄 관련 형사 재판의 경우 피해자나 증언에 나서는 참고인이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서야 법정에 서는 빈도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사건 관계인의 기억이 혼동될 여지가 있다. 상대 쪽에서는 이런 부분을 파고들게 된다. 진술 명확성과 일관성을 공격하며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이런 사례가 숱하게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의 1차 수사는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초동 수사가 미진하거나 피해자나 피의자로부터 빈약한 진술만을 받아놓은 상태라면 재판에서 가해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더 많이 생긴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진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가 있고, 범죄 사실도 확인됐지만 그 누구도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친족 간 성폭력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1차 수사를 맡은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서로의 관계를 가족이라고 진술한 점에 근거해 친족 간 성범죄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그런데 검사의 판단은 달랐다. 실제로 가족임을 입증할 물적 증거가 없다면 재판에서 무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적 정보가 담긴 가족관계증명서 1장이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없고 보완수사 요구권만 있다면 이 검사는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내야한다. 이 과정에서 사건번호는 또 바뀌고, 사건 처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간단한 서류 1장을 확보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사건 핑퐁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 사이 시효가 만료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책이 없다.
형사 재판은 그 과정도 절차도 당사자에게는 상당히 처절한 싸움이다. 성범죄나 아동 관련 범죄는 구속 가능성이 높고 처벌 수위도 높기 때문에 대다수의 가해자도 실형을 면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경찰의 초동 수사와 접근 방식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넘겨받은 검찰의 역할과 보완수사가 필수적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절규를 쏟았던 이유를 잊지 말아야한다. 형사사법 시스템이 흔들리면 가해자에게 죄에 상응한 형벌과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피해자 홀로 처절한 싸움을 하다 포기하고 돌아서게 되는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찰과 중수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는 위원회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인데.
"실효성이 없다. 수사 처분 결과를 사후 통제하는 방안인 위원회 형태는 결국 경찰이나 중수청에서 넘긴 수사 기록을 위원들이 다시 보는 것에 불과하다. 수사나 추가 조사 권한이 없다. CCTV 영상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새로운 참고인을 불러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수사 기록을 재검토 하는 차원이다. 구조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뒤집기가 매우 힘들다. 현재 운영 중인 불송치 이의신청이 왜 형식화 되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현행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새로 출범하게 될 위원회는 다를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막대한 비용 투입도 문제다. 불송치 된 사건 중 상당한 비율로 이의제기 신청이 들어올 텐데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률 전문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그 인건비와 운영비를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될 것인지 냉정하게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
경찰·중수청·공소청·공수처로 개편되는 구조에서 혼돈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건 관할부터 혼란스럽다. 경찰로도, 중수청으로도 갈 수 있는 사건이 많다. 변호사조차도 고소장을 어디에 내야 하는지 파악이 안 되는데, 일반인들이 이 복잡한 제도 속에서 어떻게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고 신속한 결과를 받을 수 있겠나. 결국 변호사를 찾게 될 것이고, 법률 비용 부담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검사가 공소만 담당하게 될 경우 수사에 대한 동기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성이 있는 검사는 공소유지를 위해 법정에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판사가 어떤 근거로 판결문을 쓰는지를 안다. 무죄가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져 수사를 보완하고 법적 판단에 따라 맞는 혐의를 적용한다. 그러나 공소청 체제가 되고 보완수사권이 없어진다면 '경찰이 수사를 잘못했네, 어쩔 수 없지'가 돼버린다. 경찰은 '수사는 제대로 했는데 공소 유지를 못 했네'가 된다.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책임은 흐려질 수 있는 구조다. 권한이 비대해지는 경찰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국민을 바라보며 건전한 경쟁이나 견제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과거 정치 검찰과 같은 행태가 경찰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지역 소도시 등 유착 관계가 발달할 수 있는 곳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검찰권 남용을 바로 잡고 검찰 조직이 본연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은 필요하다. 수많은 검찰 인력이 특정 정치인 사건이나 특수 수사에 투입돼 일반 형사 사건을 등한시하며 '국민의 검찰'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던 점은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대안 없이 형사사법 시스템을 통째로 뒤흔드는 현재의 방식과 설계 방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전 국민과 우리 사회가 졸속으로 추진된 검찰 개혁이라는 거대한 실험실에 갇힌 것과 같은 상태다. 국민을, 우리 사회의 중대한 축이 되는 형사사법 제도를 실험의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된다면 입법에 참여한 국회의원들과 정부를 상대로 국민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이라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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