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1000명 다음 달 필리핀서 군사 훈련... 2차 세계 대전 후 처음
중국 견제에 역사 갈등 뒤로

미국과 필리핀의 4월 합동 군사훈련에 일본 자위대 전투부대가 대규모로 참가한다. 필리핀 학살 역사가 있는 일본의 전투부대가 이 땅을 밟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중국 견제라는 공동 이해관계가 반일감정을 넘어서게 한 것으로, 일본 군사력의 동남아시아 지역 확장이 계속되는 흐름이다.
3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필리핀 합동훈련인 ‘발리카탄’에 일본 자위대 전투부대 최소 1,000명이 참가한다. 발리카탄은 미국과 필리핀이 필리핀 서부 영토의 방어 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매년 실시하는 합동 군사훈련이다. 일본은 과거에도 이 훈련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한 바 있지만, 80여 명의 사령부 요원을 보낸 데 그쳤다. 이번처럼 대규모 전투부대가 직접 훈련에 나선 것은 차원이 다른 변화다.
일본 전투부대가 필리핀 땅을 밟는 것은 1945년 이후 처음이다. SCMP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중 3년간 필리핀을 점령하면서 약 50만 명을 학살했다고 전했다. 필리핀 내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단체 ‘릴라 필리피나’(필리핀 할머니 연맹) 등을 중심으로 반일 감정이 여전하다.

중국의 팽창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은 필리핀 앞바다 스프래틀리 군도에 인공섬을 만들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일본과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충돌 중이다. 로메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24일 마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군대는 1945년 이후 필리핀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이제 같은 편에 섰다”라며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방어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 협력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필리핀과 일본은 2024년 7월 상호접근협정(RAA)을 체결하고 상대국 군대가 입국할 때 비자 면제 등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유사시 파병과 군수 보급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상대국 비행장·항만 사용도 포함된다. 올해 1월에는 ‘군수지원협정’(ACSA)을 맺고 실탄과 탄약 등 군사 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일본은 필리핀 원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안보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에 해군용 레이더 6억 엔(약 57억 원), 공군용 레이더 12억 엔(약 115억 원)에, 고속단정(RHIB) 도입 9억 엔(약 86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필리핀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 훈련 ‘코브라 골드’에 항공·사이버 분야 인력 230명을 투입했고, 2024년 인도네시아 ‘슈퍼 가루다 실드’ 훈련에 수륙기동단과 해상·항공자위대 약 750명을 파견했다. 일본이 동남아 전역에서 중국 견제망의 '핵심' 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국방부 특별고문 출신인 짐보 켄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공공재’의 중요한 공급자가 되고 있다”며 “단순히 외교적인 협력 차원을 넘어 (군사 작전이 가능한) 실전적 파트너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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