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치려고 병원을 차리다니…지난해 적발액 1조2000억 육박

의사 A씨는 2020년 ‘가짜 환자’를 받아 실손보험금을 타내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보고 병원을 개업한 뒤 알선상담·보험·처방·자금팀으로 구성된 체계적인 보험사기 조직을 만들었다.
병원장이자 총책인 A씨의 지휘 아래 알선상담팀은 “미용 시술인데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끌어모았다. 보험팀은 모발 이식이나 필러 등 고가의 미용 시술을 받은 환자가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3년간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약 40억원을 불법적으로 챙겼다.
이들의 범행은 보험사기 혐의를 포착한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났다. A씨와 브로커 10명, 손해사정사 3명, 환자 1105명이 지난해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병원과 보험업 종사자가 결탁한 조직형 보험사기가 늘면서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피해 금액만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이 31일 발표한 ‘2025년 보험사기 적발현황’을 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1조1571억원으로 전년보다 0.6%(69억원)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10만5743명으로 같은 기간 3%(3245명) 줄었지만 범행 수법이 조직화하면서 건당 적발액이 커졌다.
적발액의 약 90%는 자동차보험(5724억원)과 장기보험(4610억원)에 집중됐다. 유형별로는 진단서를 위·변조해 보험금을 과장 청구하는 사고내용 조작(6350억원)이 절반 이상 차지했다. 특히 병원에서 자동차보험을 악용해 치료비를 과장 청구한 금액(273억원)이 1년 전보다 582.5%(233억원) 급증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병원이 브로커를 통해 교통사고 환자를 유치하는 것에 주의하라는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적발 인원을 직업별로 보면 회사원이 23%(2만4313명)로 가장 많았다. 병원 종사자(1118명)와 설계사 등 보험업 종사자(2319명)도 3000명을 넘었다.
금감원은 “최근 증가하는 병원 주도의 실손보험 및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사기를 제때 적발할 수 있도록 기획 조사하고, 보험사기에 연루된 설계사는 시장에서 즉시 퇴출당하도록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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