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감독의 계약 만료일은 왜 4월말이 아닌 3월말이었나…배구단 너머 본사 윗선의 개입으로 도로공사는 챔프전 ‘악역’을 자처했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남정훈 2026. 3. 31. 16:00
선수들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순간을 위해 1년 간 구슬땀을 흘리며 달려왔는데, 구단 스스로가 어처구니없는 행정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의 ‘악역’을 자처하고 말았다.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감독의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설 기회를 뺏어버린 도로공사 얘기다.

도로공사 구단이 김종민 감독의 지휘봉을 뺏으면서 내건 표면적 이유는 계약 만료다. 도로공사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민 감독과 함께한 지난 10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며 김 감독과 ‘결별’을 공식화한 바 있다. 김 감독과 도로공사의 계약은 이달 말인 3월31일자였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왜 김 감독의 계약 만료 날짜는 3월31일이었을까. 세계일보가 전·현직 감독들과 통화를 통해 계약 만료 날짜를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의 감독들의 계약 만료 날짜는 3월말이 아닌 4월말이었다. V리그의 봄 배구가 보통 4월초까지 진행되는 데다 시즌이 끝나면 각종 구단 행사와 시상식이 있다. 게다가 시즌 종료 후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는데, FA 영입전에서도 감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구단들은 감독들과 4월30일자 만료로 계약을 맺는다.

현역 감독 A는 “감독 계약 종료일이 챔프전이 개최되기 전인 3월31일인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모든 구단들의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그렇다면 도로공사는 봄 배구를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감독과 계약을 맺은 것인가. 게다가 챔프전에도 서게 하지 못할거면서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까지 나가게 한 건 코미디이자 팬들에 대만 기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감독 B는 “10년 간 팀을 이끌었던 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이번 일은 아니다. 듣자하니 계약 만료일자가 31일이니 31일까지는 김종민 감독에게 팀 훈련을 이끌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는 소리도 들리더라.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C 감독도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특히나 더 중요하다. 도로공사 배구단은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감독 없이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배구를 그리 쉽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구계에선 도로공사의 처사에 대해 비판을 넘어 비난 일색인 상황이다. 팬들도 성토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의 계약 만료일이 3월31일자인 이유를 밝혀내려면 세월을 1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도로공사는 2015~2016시즌 도중 이호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고,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시즌을 끝까지 치렀다. 그리고 2016년 3월, 김종민 감독이 선임됐다. 도로공사와의 첫 번째 계약을 3월에 했고, 1년 단위로 계약 만료일을 정하게 되면서 첫 계약 만료일이 3월31일이 됐다. 이후 여러 차례 재계약 때도 매번 3월31일을 계약 만료일로 하게 됐다는 게 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도로공사의 이번 행정은 ‘토사구팽’의 전형이다. 도로공사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이유로 “A코치에 대한 폭행 및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말 검찰이 약식기소하는 불미스러운 사항이 있어 고심 끝에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약식기소가 이유였다면 약식기소 직후 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게 맞지 않나. 정규리그까지는 검증된 감독으로 마친 뒤 정작 챔프전을 앞두고는 내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약식기소가 곧 유죄를 의미하지도 않기에 김 감독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아직 무죄다. 게다가 약식명령을 이행하는 대신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입장이고, 챔프전 결과가 우승이건 아니건 김종민 감독도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도, 챔프전만을 위한 부속 합의서를 쓰지 않은 도로공사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정을 주도한 건 ‘도로공사 배구단’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단을 총괄하는 수장인 단장은 물론 사무국 이하 모든 프런트들은 김종민 감독을 챔프전을 앞두고 내치는 것에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배구단 너머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 윗선들의 개입에 따른 처사인 것으로 보인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인사들에 의해 팬들은 물론 KOVO와 다른 구단까지 무시하는 처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직 프로배구가 진정한 ‘프로’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길 잃고 산 '금호동' 집 10배 대박…조현아의 남다른 '은행 3시간' 재테크
- 7남매 집 사주고, 아내 간병까지…태진아가 350억 건물을 매각하는 이유
- 가구 공장 임영웅, 간장 판매왕 이정은…수억 몸값 만든 ‘월급 30만원’
- “5만원의 비참함이 1000만원으로” 유재석이 세운 ‘봉투의 품격’
- “내가 입열면 한국 뒤집어져”…참치 팔던 박왕열, 어떻게 ‘마약왕’ 됐나 [사건 속으로]
- “법대·의대·사진작가·교수…” 박성훈·구교환·미미, 계급장 뗀 ‘이름값’
- “세균아 죽어라~ 콸콸”…변기에 소금, 뜨거운 물 부었다가 화장실만 망쳤다
- '명량' 권율·'슬빵' 박호산…마흔 앞두고 개명 택한 배우들의 신의 한 수
-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이미 진행중인 ‘침묵의 지방간’
- “은희야, 이제 내 카드 써!” 0원에서 70억…장항준의 ‘생존 영수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