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기업으로 변신"…현대차그룹, 160조 쏟아붓는다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 나서
'아틀라스' 연 3만대 생산, 제조 현장 투입
관세·中 파고는 신차 군단으로 돌파
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국내외에 16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투자를 집행한다.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 ‘피지컬 AI’와 SDV로 기술 기업 전환 가속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로보틱스에 역량을 집중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만 총 125조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50조5000억원을 자율주행,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한다. 연구개발(R&D)에 38조5000억원, 생산 인프라 고도화에 36조2000억원을 배분한다. 미국에도 2025~2028년 260억달러를 쏟아붓는다.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누적 투자액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피지컬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GPU 26만개 공급과 기술 협력을 약속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 체계를 구축해 실제 제조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자율주행과 SDV 분야에선 기아가 내년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차세대 SDV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만프레드 하러 사장과 박민우 포티투닷 대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영입해 기술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현대차, 2030년까지 북미에 36종 신차 출시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차를 출시하고 현지 생산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 완성차 업체의 공습이라는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2030년까지 북미 시장에 총 36종의 신차를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며 “주행거리가 600마일(약 965㎞) 이상인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와 중형 픽업트럭 등 고부가가치 세그먼트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준공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미국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는 관세 리스크를 상쇄할 ‘전진기지’ 역할을 맡는다. 이곳에서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등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카까지 혼류 생산해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무뇨스 사장은 이를 ‘현지화 2.0’으로 정의하며 “단순 생산을 넘어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 개발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현지화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인 차이나, 포 차이나, 투 글로벌’ 전략 아래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를 쏟아낸다. 지난해 알렉시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어 올해 신형 세단 전기차를 내놓는다. 연간 판매 목표는 현재의 두 배인 50만대로 높였다. 유럽에서는 18개월 안에 5종의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내년까지 전 모델의 전동화 버전을 구축한다. 인도에선 내년 현지 특화 전기 SUV와 제네시스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신차 품질 조사(IQS)에서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품질 신뢰도를 입증했다.
◇ 캐즘 정면돌파…“EV 풀라인업·PBV가 무기”
기아도 신차를 대거 쏟아낸다. 2024년 EV3를 시작으로 지난해 EV4·EV5, 올해 EV2로 이어지는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 2030년까지 총 13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인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도 본격화한다. 기아는 지난해 첫 모델인 PV5를 시작으로 내년 PV7, 2029년 PV9으로 라인업을 확장한다. 화성 ‘EVO 플랜트’를 중심으로 유연 생산 체계를 갖춰 물류, 리테일 등 고객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미국에서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신차를 투입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해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유럽에선 EV2 출시로 대중화 전기차 풀라인업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두 회사는 전년보다 3.2% 많은 750만83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 415만8천300대, 기아 335만대다. 지역별로는 국내에서 126만5000대, 해외에서 623만3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다.
◇ ‘영업이익 20조’ 시대…상생과 주주환원 확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주당 1만원을 결정했다. 기아는 주당 6800원(전년 대비 300원 상향)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아는 내년까지 총주주환원율(TSR) 35%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이 같은 공격적 청사진의 배경엔 지난해 거둔 사상 최대 실적이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86조3000억원(전년 대비 6.3% 증가), 영업이익 11조4700억원을 기록했다. 기아는 매출 114조1000억원(6.2% 증가), 영업이익 9조781억원을 달성했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약 20조5000억원으로 독일 폭스바겐을 꺾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2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관세와 캐즘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신차 믹스 개선과 현지 생산 확대로 수익성을 방어해온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미래 투자 규모와 SDV·로보틱스 전략의 실행 속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격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미국 생산 80만대 육박…북미시장에 역량 집중
트럼프 관세 맞서 수익성 방어…하이브리드카·SUV로 시장 공략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 판매 전략의 중심을 미국에 두기로 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와 유럽·중국 내 중국 전기차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양사는 지난해 미국 공장 생산량을 8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북미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상품인 하이브리드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미국 생산 비중 11.7%로
현대차·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사 미국 공장 3곳의 지난해 생산량은 78만2320대로 집계됐다. 전년(71만5732대) 대비 9.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3월 준공한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가 6만 5000대를 생산해 힘을 보탰다. 앨라배마 공장(36만2000대)과 조지아 공장(35만5000대)도 라인을 쉼 없이 돌렸다. 그 결과 글로벌 생산량 중 미국 비중은 10.7%에서 11.7%로 증가했다.
공장 가동률은 이미 임계치에 도달했다.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률은 100.6%, 조지아 공장은 102.3%를 기록하며 ‘풀가동’ 체제를 유지했다. 지난해 양사의 글로벌 생산 거점 중 가동률 100%를 넘긴 곳은 한국과 미국, 브라질뿐이다. 관세 부담을 안고 한국에서 수출하는 대신 현지 생산 물량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생산 확대는 부품 공급망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두 회사 미국 공장의 부품·원부자재 매입액은 지난해 30조3386억원으로 전년(24조2473억원) 대비 25.1% 증가했다. 2년 전인 2023년(21조6758억원)과 비교하면 40.0% 급증한 수치다.
현대차는 12조7341억원에서 17조1061억원으로 34.3% 늘었고, 기아는 11조5132억원에서 13조2325억원으로 14.9% 확대됐다. 한국에서 수입한 부품도 일부 포함된 수치지만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현지 조달로 추정된다.
◇ 유럽 공장 가동률은 감소
부품 조달액이 급증한 배경에는 ‘관세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입차와 주요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부품을 가져오는 대신 현지 조달 비중을 높여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 수입차 관세로만 총 7조2000억원을 부담했다. 양사 모두 사업보고서에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으로 관세 영향을 꼽았다.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저가 전기차 공세로 점유율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점도 ‘미국 집중’ 전략을 부채질했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유럽 생산량은 76만 9725대로 전년 대비 17.0% 급감했다. 세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88.5%에 그쳤다.
◇ 하이브리드카 풀라인업 구축
현대차그룹은 북미 수요가 견조한 SUV와 하이브리드카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다 최근 고유가 흐름으로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카로 수요가 몰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대차·기아의 작년 미국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33만대로 전년보다 48.8% 급증했다.
올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 하이브리드카로 풀라인업을 구축하는 해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차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올초에는 기아가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으면서다. 현재 미국에서 전 차급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춘 완성차 기업은 현대차그룹과 도요타뿐이다. 그동안은 니로(소형)를 비롯해 투싼·엘란트라·스포티지(준중형), 싼타페·쏘나타·쏘렌토(중형), 카니발(미니밴) 등에만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하고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한 13만7412대를 팔았다. 두 회사 모두 2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익성이 검증된 미국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분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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