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도 무더위 속 '검은 정장' 시구... 마이크 사고도 막지 못한 '코리안 특급'의 예우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평소라면 그의 긴 인사에 객석 곳곳에서 기분 좋은 웃음이 터져 나왔을 터였다. 하지만 이날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를 가득 채운 공기는 평소보다 낮고 깊었으며, 마운드 위 레전드를 바라보는 팬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지난 28일 대전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 경기. 마운드 위에는 오렌지색 유니폼 대신, 꼿꼿하게 다려진 검은 정장과 넥타이, 그리고 정갈하게 닦인 구두를 신은 박찬호가 서 있었다.
낮 기온 20도를 훌쩍 넘기며 초여름에 가까운 무더위가 찾아온 날씨였지만,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예법을 잃지 않았다. 최근 대전을 덮친 화재 사고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유가족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그는 가장 정중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길을 택했다.

마운드 위에서 예기치 못한 마이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박찬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마이크를 놓지 않고, 화재 사고로 상처 입은 대전 시민들을 향해 진심 어린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평소 투머치토커라는 유쾌한 별명으로 불리던 그의 긴 이야기가, 이날만큼은 누구보다 든든하고 따뜻한 위로의 시가 되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불편한 정장 차림과 미끄러운 구두. 투구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박찬호의 오른팔은 거침이 없었다. 오른팔을 빙빙 돌리며 예열을 한 뒤 힘차게 던진 그의 투구는 현역 시절을 방불케 하는 정교한 제구로 스트라이크 존을 꿰뚫었다. 그러자 1만 7천 여명의 만원 관중은 탄성과 함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는 완벽한 시구에 대한 찬사이자, 지역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짊어지려는 전설의 품격에 대한 경의였다.

땀방울이 맺힌 그의 검은 양복은 대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시원한 위로가 되었다. 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박찬호였지만, 그가 몸소 보여준 행동은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기며 스포츠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인 공감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했다. 이날 그의 검은 양복 시구는 슬픔에 잠긴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야구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대전 화재 사고를 추모하며 검은 정장을 입고 시구한 박찬호 / 대전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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