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시한부’ 영화음악 거장은 보름달을 찍었다

김은형 기자 2026. 3. 31. 15: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기에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 여긴다."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마지막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영화의 전반에 배어 있는 건 계속해서 샘의 물을 기대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과 두려움, 그리고 나약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일상의 작은 노력과 기쁨들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4월1일 개봉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영화사 진진 제공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기에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 여긴다.”

작가 폴 볼스가 소설 ‘셸터링 스카이’에서 쓴 구절은 이를 원작으로 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연출 영화 ‘마지막 사랑’(1995)에서 낭독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던 사카모토 류이치를 담은 또 다른 영화의 문을 연다. 마르지 않을 줄 알았던 샘물이 고작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들은 음악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얼 결심했을까? 그에 대한 느리고 담담한 답변인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가 1일 개봉한다. 한 인생의 마지막 기록이자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2020년 12월, 세상을 떠나기 2년여 전, 사카모토는 정기 검진을 받았던 병원에서 재발한 암으로 남은 삶이 6개월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진짜일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6개월을 살까, 부작용을 견디며 5년을 살까.” 영화는 그가 남긴 일기의 기록을 따라가면서 생전 인터뷰, 유족들이 가지고 있던 영상 기록 등을 모아 2023년 3월28일 세상을 떠나기까지 마지막 날들을 재구성한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영화사 진진 제공

누구나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 처음 느낄 비현실감과 절망감을 곱씹으며 사카모토는 원하는 게 무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음악 작업을 계속한다. 긴 수술과 항암 치료로 때로 “몸이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을 받고, “페트병도 못 열 정도로 근력이 약해”지는 좌절을 맛보지만, 계속해서 소리를 탐구하며 훗날 ‘오퍼스’라는 영화로도 남는 역사적인 마지막 콘서트를 착실하게 준비해나간다.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마지막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영화의 전반에 배어 있는 건 계속해서 샘의 물을 기대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과 두려움, 그리고 나약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일상의 작은 노력과 기쁨들이다. 음악을 들을 기력조차 나지 않을 때는 청량한 숲속에서 비 오는 소리를 찾아 듣고, 언제 써먹을지 모를 한글 공부를 하며, “낫.는.다.라고 소리내어 말해보자. 맛있는 걸 먹자”고 일기에 쓴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춰보고,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아이들을 모아 만든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도한다. 그리고 사후 나온 에세이 제목 ‘나는 앞으로 몇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에 답하듯 집에서, 병실에서, 거리에서 만난 보름달 사진을 찍는다.

영화 ‘도쿄 멜로디’.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는 담담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응시의 집념으로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까지 담아낸다. 위인전의 마무리가 아니라,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인생의 마지막 매뉴얼 같은 무게로 완성해낸 수작이다.

이 영화에 이어 4월15일에는 사카모토의 청년기, 1978년 결성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시절을 다룬 1985년 작 ‘도쿄 멜로디’가 국내 최초 개봉한다. 패기만만한 젊은 예술가의 음악적 야심과 에너지를 화려함이 넘쳐나는 1980년대 도쿄 도심 배경으로 담은 다큐멘터리다. 두편의 영화가 인생의 한낮과 깊은 밤을 보여주는 연작처럼 연결되기에 함께 보면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4월29일에는 2018년 국내 개봉했던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도 재개봉해 그의 삶과 예술 전체를 조망하는 3부작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