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척당 최소 6억, 호르무즈 톨게이트’ 공식화한 이란···외신 “호르무즈 틀어쥔 이란, 전쟁 승자”

이영경 기자 2026. 3. 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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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의회 안보위, 선박 통행료 부과안 승인
‘30억 혹은 6억’ 두가지 징수안 놓고 검토 중
호르무즈, 인공 아닌 자연 운하···국제법 위반 논란
후티 반군 이용해 홍해 봉쇄안까지 추진
유가 연일 상승세···서부텍사스유 100달러↑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통행료를 부과하는 계획안을 승인하며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가운데,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강화한 이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국영 방송 IRIB 등은 30일(현지시간)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규제 및 통행료 부과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계획안은 미국과 이스라엘 소속 선박의 해협 통과를 금지하고,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경제 제재를 집행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해협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안보 조치 강화, 이란 해군 함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세부 프로토콜 수립, 이란군의 해협 관리 역할 강화 방안 등도 포함하고 있다. 계획안은 이란 의회 전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외신들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하고자 하는 선박들에 대한 심사를 실시하고,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박들은 화물·선주·목적지 등 선박과 관련된 정보를 제출해야 하며, 승인이 떨어지면 혁명수비대의 호위를 받으며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 최소 두 척의 선박이 통행료를 지불했으며, 초대형 원유 운반선은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안보위원회 계획 승인은 이란이 ‘호르무즈 톨게이트’를 설치, 통행료 징수로 수익을 얻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준관영 통신사 타스님은 ‘호르무즈 통행료’에 대해 선박당 ‘특별 안보 서비스’ 비용으로 200만달러를 부과하는 방안과 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행료와 비슷한 수준인 1척당 40만달러(약 6억원) 정도를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이란은 연간 많게는 1000억달러(약 150조원)에서 적게는 200억~250억달러(약 30조~38조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란은 수에즈·파나마 운하와 같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집트와 파나마가 국가 자본을 투입해 만든 인공적 운하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제 해협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은 각국이 영해에서 평화롭고 법을 준수하는 선박의 ‘무해 통항’을 허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란과 미국은 UNCLOS를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한 달간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승리는 이란이 거뒀다고 평가하며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권 강화를 그 이유로 들었다.

3월 한 달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한 선박은 하루 평균 6척으로, 평소 하루 평균 135척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유조선 80%는 이란 소속이거나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소속이었다.

오일 브로커리지의 글로벌해운 연구책임자 아눕 싱은 “호르무즈 해협은 유조선 통행이 불가능한 폐쇄된 관문이 됐다”며 “휴전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이 신속하게 재개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공격을 받은 태국 벌크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위력을 학습한 이란은 이를 강력한 억지력이자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간접 협상에서도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요구를 거부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인정을 역제안했다.

이란은 대리 세력 후티 반군을 이용, 또 다른 주요 석유 수송로인 홍해를 봉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란이 후티 반군에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후티 반군이 홍해를 겨냥한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 남부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오가는 선박을 공격하며 봉쇄할 경우 세계 에너지 공급 불안은 더 커지고 유가 상승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회하기 위한 수송로로 활용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석유 핵심 수송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31일 두바이 항구에 정박 중이던 쿠웨이트의 초대형 유조선이 이란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공격받은 유조선은 ‘알사미호’로 피격 당시 원유가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 측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인근 해역에 원유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는 연일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종가 기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102.88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6달러까지 상승했다 하락해 112.78달러로 마감했다.


☞ ‘호르무즈 톨게이트’ 진짜였다···이란, ‘30억원’ 받고 혁명수비대 호위 속 통과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271731001


☞ 이란 매체 “호르무즈 통행료 수입 연간 150조원 넘을 것”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272237001


☞ 호르무즈 이어 홍해도 봉쇄 위기···UAE 푸자이라항·오만, 각국 원유 대체 수입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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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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