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스키 성지도 ‘썰렁’… 환율 직격탄 맞은 숭례문 수입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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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랑 비교하면요? 차라리 그때가 매출은 더 좋았어요.
미국 달러 대비 원화(원·달러 환율)가 고공행진하면서 숭례문 수입상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한 1리터(L)짜리 버번 위스키를 4만원대에 팔고 있었는데, 시중가보다 5000원가량 쌌다.
숭례문 수입상가 인근에서 액세서리 제작 사업을 하는 오모(42)씨는 원자재 공급처와 달러로 거래해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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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비용 고스란히 상인 몫
“1590원 오면 일 관둬야 할 듯”

코로나 때랑 비교하면요? 차라리 그때가 매출은 더 좋았어요.
31일 서울 중구 숭례문 수입상가. 위스키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손님이 정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싼값에 다양한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어 ‘위스키 성지’로도 불리는 곳이지만,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문을 닫아 공실인 가게도 10곳이 넘었다.
다른 위스키 가게도 사정이 마찬가지였다. 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객이 5명뿐이었다. 그마저도 술을 사지 않고 가격만 물어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가게 사장 박모(72)씨는 최근 하루에 10만원대 위스키를 5병도 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안 팔린 술이 쌓여 있다”며 “환율 때문에 가격은 오르는 데, 손님 발길이 아예 끊길까 봐 판매가를 올리지도 못한다”고 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원·달러 환율)가 고공행진하면서 숭례문 수입상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판매하는 상품 대부분이 외국산이거나 원자재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만큼 환율 상승이 곧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숭례문 수입상가 위스키 가게 상인들은 경기가 어려워지고, 20·30대 사이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가 확산한 점 등을 손님이 줄어든 요인으로 꼽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까지 뛰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530원 선을 뚫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6% 넘게 올랐다. 그만큼 비싼 값에 위스키를 들여와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위해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한 1리터(L)짜리 버번 위스키를 4만원대에 팔고 있었는데, 시중가보다 5000원가량 쌌다.
문제는 손님들은 더 저렴한 가격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전모(31)씨는 “위스키가 엄청 저렴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시중가와 차이가 1만원도 안 나서 매력을 못 느끼겠다”고 했다.

원자재를 들여와 상품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은 더 울상이었다. 숭례문 수입상가 인근에서 액세서리 제작 사업을 하는 오모(42)씨는 원자재 공급처와 달러로 거래해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그동안 원·달러 환율 1450원을 기준으로 영업을 했는데, 중동 사태 이후 1500원대까지 올라서면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 수준에 내몰렸다고 한다. 그는 “재료비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납품가는 몇 년째 동결”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590원까지 오르면 그때는 진지하게 일을 그만둬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모자와 스카프를 판매하는 가게도 천을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수입하고 있다. 대금은 달러로 치른다. 스카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손님의 이목을 끌던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스카프 2장을 5000원에 파는 데 환율이 튀면서 정말로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일본 엔화로 거래하는 가게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는 박모(36)씨는 “달러에 비하면 엔화는 덜 올랐지만, 유가가 올라 운송비 부담이 커져서 힘들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점이 최근 환율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높은 유가와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 등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숭례문 수입상가 상인들의 어려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차라리 요즘 관광객에게 인기인 관광형 약국을 차려야 하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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