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너무 힘들어”…아내와 남편의 가사 분담은?

김용 2026. 3. 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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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헬스앤]
중년 부부의 가사 분담은 원활한 노후 생활을 위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맞벌이하는 데도 남편이 가사에 무관심해요. 퇴근하면 '지옥'이 따로 없어요"

"남편이 은퇴한 지 오래 됐는데, 집에만 있고 청소조차 도와주지 않아요"

설거지를 끝낸 아내가 청소기를 돌린다. 소파에 앉아 TV만 보던 남편은 청소기를 피해 발만 들어 올린다. 아직도 이런 남편이 있을까? 가사 분담은 부부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청소, 요리, 설거지 그리고 육아 등 집집마다 다양한 집안 일이 있다. 부부가 가사를 나눠서 하면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남편이 비협조적이면 아내가 너무 힘들다. 육체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맞벌이 부부는 물론 은퇴 부부도 가사 문제가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맞벌이인데...아내의 가사 부담 남편의 2.9배

한국의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30일 발간한 '한국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현황 2026' 보고서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들어 있다. 남녀 평등 문제가 개선 과제로 지목됐다. 특히 가사와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된 구조가 문제였다. 여성은 하루의 11.5%를 가사와 돌봄에 사용했다. 반면에 남성은 4.0%에 불과했다. 맞벌이 가구도 아내의 가사 부담이 남편보다 2.9배 많았다. 여성이 혼자 버는 가구조차도 아내(11.1%)가 남편(7.4%)보다 1.5배 많은 가사 노동을 했다. 시대가 변해도 가사 분담은 영원한 숙제임이 확인된 것이다.

아내가 혼자서 돈을 버는데, 집에 있는 남편보다 더 많은 가사 노동을 한다? 이런 사실이 믿기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요즘은 남편이 주부 역할을 하는 가구도 있다. 이런 추세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아내는 경제 활동을 하고 남편이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조사 내용에 따르면 돈을 버는 아내의 가사 부담이 남편보다 많았다. 퇴근해도 집안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 여성의 가사, 육아 부담도 원인

요즘은 맞벌이가 대세가 되고 있다. 한국의 30대 부부는 가사 분담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맞벌이 아내의 가사 부담이 남편의 3배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에 실망하는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여성의 가사, 육아 부담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퇴근한 후에도 육아, 집안 일에 파묻혀 산다면 둘째 출산은 꿈도 못 꿀 것이다. 엄청난 국민 세금을 투입하고도 저출산 현상이 심화된 것은 이런 현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직장 다니면서 아기 2명 육아, 온갖 집안 일을 떠안으면 여성의 몸은 녹초가 될 것이다.

중년 아내는 '가사 은퇴' 없나?

중년 부부들의 경우 가사는 여전히 아내의 몫이라는 시각이 있다. 은퇴한 남편이 청소 등 집안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면 아내의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남편이 직장에서 퇴직하면 한동안 휴식, 여행을 권하는 아내가 많다. 하지만 퇴직 1~2년이 지나도 집에만 있고 청소조차 도와주지 않으면? 아내는 실망을 넘어 노후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자녀가 독립하면 부부 둘만 20~30년을 사는 시대다. 아내의 기력은 점점 떨어지는데 요리, 설거지, 청소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면? 변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도 늘어난 것이다.

아내도 나이가 들면 밥 짓고 설거지 하는 일이 싫어질 수 있다. 평생 해온 가사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비싼 실버타운이 주목 받는 것은 식사 제공, 청소 등의 서비스의 영향도 있다. 평생 생각해온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할까?" 에서 해방되고 싶을 것이다. 남편들도 이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청소, 설거지는 물론 요리도 배우면 부부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다. 과거처럼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만 원하는 남편은 노후 생활의 낙제생이 될 수 있다.

남편의 가사...WHO "집에서 신체 활동하는 것"

남편이 가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자신의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등 각국 보건 당국은 질병 예방에 좋은 신체 활동은 운동 뿐만 아니라 가사 활동도 포함하고 있다. 몸에 쌓인 에너지를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유전자, 비흡연 등의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집안 일을 하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 영향도 있다. 비싼 헬스 클럽 운동만 할 게 아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발뒤꿈치 들기를 하면 심장 혈관,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된다. 청소를 하면 몸에 땀이 금세 배인다. 온 몸을 쓰는 운동이 바로 집안 일이다.

맞벌이를 하는 데도 아내의 가사 부담이 남편보다 2.9배 많고, 여성이 혼자 벌면서도 남편보다 1.5배 많은 가사 노동을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젊은 여성은 육아 부담에 아기를 낳기 싫고, 중년 여성은 노후 생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내가 싫어하는 일은 남도 싫어할 수 있다. 가사가 그렇다. 남편이 가사를 미루면 아내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30년을 부부 둘만 사는 시대다. 가사 분담은 꼭 풀어야 할 부부의 중요한 과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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