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안갯속 경주시장 선거 ‘2강’ 구도 뚜렷

경주시장 선거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경주의 정치 지형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진보 진영의 후보 부재 속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경합이다.

◆ 28일 운명의 개소식… 6천 인파 몰린 '세 대결의 정점'
지난 28일 경주 시내는 두 유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으로 인해 이른 아침부터 들썩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열린 주낙영 예비후보와 박병훈 예비후보의 개소식에는 각각 3천명 이상(캠프 자체 주장)의 지지자 및 시민 등이 구름처럼 몰려들며 세 대결 양상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박병훈 예비후보의 개소식은 '변화와 소통'을 갈망하는 지지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박 후보는 "지금 경주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직접 챙기는 따뜻하고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경주, 시민이 주인이 되는 경주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천명했다.
박 후보 측은 오랜 기간 다져온 탄탄한 바닥 민심을 증명하듯, 조직적인 응원전과 열띤 지지 선언을 통해 현직 시장을 위협하는 강력한 도전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1시간 뒤에 열린 주낙영 예비후보의 개소식 현장은 '성과와 안정'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주 후보는 "지난 4년 ,경주는 SMR 국가산단 유치와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등 천년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며 "이미 시작된 대형 국책 사업들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경주의 전성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중단 없는 발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는 각계각층의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해 '검증된 행정 전문가'인 주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며 대세론 확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 '숙명의 라이벌' 주낙영 vs 박병훈, 3차전의 서막
두 사람은 이미 지난 두 차례의 선거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숙명의 라이벌이다. 이번이 세 번째 맞대결인 만큼 서로에 대한 전략적 분석은 이미 끝난 상태다. 행정고시 출신의 주낙영 후보는 경북도 행정부지사 등 풍부한 공직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중앙 인맥'이 최대 강점이다.
반면 도의원 출신의 박병훈 후보는 지역 사정에 정통한 '현장감'과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린 '조직력',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이어진 단단한 지지층이 무기다.
지역 정가에서는 "누가 더 경주의 미래에 적합한 인물인가를 두고 시민들의 표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 과거 선거 양상으로 본 관전 포인트
역대 경주시장 선거는 보수 정당의 공천 후보와 강력한 무소속 후보 간의 대결이 잦았다.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유력 주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수 표심이 분열되는 경우도 많았으나, 결국 선거 막판에는 '보수 결집' 현상이 나타나며 당 공천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는 흐름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공천권을 거머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등식을 두고 두 후보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방식이 당원 투표와 일반 시민 여론조사의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여론조사 50%와 당원 투표 50%인 국민의힘 경선룰이 바뀌지 않을 경우 '당심(국민의힘 책임당원)'이 누구에게 쏠리느냐에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측은 최근 4번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후원과 응원을 당부하고 있다. 주 후보측은 잇따른 여론조사에서의 패배에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3월말 접어 들어 1% 정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시민들의 여론이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 지역 민심의 향방과 향후 전망
경주 시민들이 꼽는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경제 활성화'와 '인구 감소 대응'이다. 2강 구도를 형성한 두 후보는 모두 이 지점을 공략하고 있다. 주 후보는 "국책 사업 유치를 통한 산업 구조 고도화"를, 박 후보는 "체감 경기를 살리는 민생 밀착형 행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28일 확인된 양측의 세 대결은 향후 펼쳐질 경선 과정이 얼마나 치열할지를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향한 변화의 요구를 누가 더 잘 담아내느냐가 최종 승자를 결정짓는 '황금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년 고도의 수장을 향한 레이스는 이제 반환점을 돌아 치열한 진검승부로 접어들고 있다.
한편 김석기 지역 국회의원의 의중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여론과 함께 김 의원의 심중에 지역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들 진영에서도 김 의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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