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엔 "산행 가능"… 50분 뒤엔 "입산 금지"
글 사진 한범승 월간山 독자

2026년 2월 24일에 겪은 일이다. 새벽 4시, 숙소에서 일어나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산행 가능'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오늘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일정을 비우고, 입산 예약을 하고, 운동을 하며 컨디션 조절을 하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드디어 고대한 한라산 정상에 오른다. 흥분된 마음으로 장비를 챙기고 숙소를 나섰다.
택시를 타고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 04시50분, 주차장에는 작은 가랑비가 내렸다. 그런데 "산행 금지" 안내방송이 울렸다. 입구의 전자 안내판에는 '산행통제' 글귀가 표시되어 있었다.
핸드폰을 보니, 입산 예약자에 대한 산행 금지 안내 문자는 04시48분, 52분, 52분, 53분 이렇게 네 번 문자가 찍혀 있었다. 순간 분노와 울화통이 터졌다. 분명 새벽 4시에는 '산행 가능'이었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가' 하는 분노로 바뀌었다. 입산 가능 시간이 새벽 05:00부터인데 이런 방식으로 산행금지 문자를 보내는 것이 맞는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자분들께 묻고 싶다.
한라산 산행을 위해 서울에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왔는데, 지난해 1월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기에 더 크게 화가 났다. 요즘은 슈퍼 컴퓨터의 발달로 어지간한 기상예보는 하루 전 발표 가능하다. 하루 전에만 알려줬다면 어땠을까. 기상이 안 좋아 산행할 수 없다는데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후진국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1957년생이다. 1974년 17세 나이에 처음 설악산 대청봉 산행을 한 후 200여 회 넘게 설악산을 다녀왔다. 산악회의 등산가이드를 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100대 명산은 40여년 전에 모두 다녀왔다. 성판악 입구에서 국립공원 관리자 두 분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니 그들도 내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분들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이며 책임자가 아니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하루 전에 산행금지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면 다른 일정을 짤 수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가. 만약 기상이 심각하게 안 좋아 산행이 어렵다면 등산로 입구에서 완전 통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7부 능선 언저리인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산행 가능하고, 정상까지는 안 된다고 한다. 성판악 입구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기상이 좋고, 진달래 대피소에서 정상까지는 눈보라라도 친다는 말인가? 납득하기 어렵다. 바람 없이 얕은 비가 오는 날, 같은 날 같은 산 같은 날씨였다.

나의 첫 한라산 산행은 1982년이었다. 윗세오름 대피소가 생기기 전이었고 어리목에서 출발하여 장구목 능선을 지나 설벽을 타고 정상에 올라갔다. 그 후 국립공원공단이 생기면서 장구목 코스는 폐쇄 되었고, 지금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 일원화 되었다. 못내 아쉬워 한라산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6년 전 겨울 한라산에 도착하고 보니 성판악 입구부터 등산로 양쪽에 밧줄을 설치한 걸 보았다. 밧줄은 정상까지 이어져 있었다. 안전을 위한 긍정적 조치라고 생각한다. 세상 어느 산에 이렇게 안전하게 만든 등산로가 얼마나 있을까. 어리목 코스와 영실에서 오르는 산행 코스도 입구부터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밧줄이 이어졌다.
이 정도 등산로라면 엄청난 악천후가 아니고서야 산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 한라산이지만, 최근 6년 동안 매년 갔지만 한 번도 스패츠를 착용하고 산행한 적이 없다. 아이젠과 중등산화만 있으면 얼마든지 산행이 가능했다. 등산로에 눈이 쌓여 산행이 어려운 경우도 없었다. 국립공원에서 러셀을 하였기에 가능했다. 등산로에는 말끔하게 눈이 치워져 있었다. 이런 코스에서 사고가 생긴다면 대부분 본인 잘못일 것이다. 배고프면 싸온 간식을 먹고, 어렵고 힘들면 내려오면 된다. 나머지는 산행하는 본인 책임이다. 그 모두를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산행이고, 산행의 본질이다.
근래 한라산 운영은 분명 문제가 있다. 2025년 1월 14일 한라산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날 날씨가 엄청 맑았다. 당시 산행 코스 양쪽에 있는 밧줄 밖으로는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그러나 성판악에서 진달래 대피소로 오르는 길은 말끔하게 눈이 치워져있었다. 스패츠가 필요 없고 중등산화만 신고, 아이젠 착용 없이 진달래 대피소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날 아침 04시15분 입산통제 문자를 받았다. 진달래 대피소 오르기 전 사라오름을 다녀왔는데 트인 곳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았다. 많은 등산객이 눈꽃산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진달래 대피소까지만 산행이 허락되었다.
세상에 이런 날씨에 산행금지를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외 트레킹을 15회 다녀온 후배는 울분을 토했다. 한라산보다 더 힘들고 험한 일본 북알프스는 이런 날씨라면 당연히 산행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금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 입구에서 관리자들과 등산객들이 입씨름하는 모습이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기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시간과 경비를 지출해서 왔다. 인터넷 사이트에 등산 예약을 할 때부터 정상을 오르기 위해 왔지, 진달래 대피소를 보기위해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너무 화가 나서 증거를 남기기 위해 많은 사진을 찍었다.
현재 한라산은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입산금지 문자가 핸드폰으로 온다. 안전을 위한 조치로 생각한다. 문제는 입산금지 조치를 하는 그날 정말 입산금지 해야 할 정도로 날씨가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이처럼 나는 여러 차례 한라산 산행시 이해할 수 없는 입산통제 문자를 받았다.

전국의 국립공원 중 한라산국립공원만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라산국립공원은 기상청의 '일반적 일기 예보'를 근거로 '산행 금지'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사무소는 주요 지점마다 기후 측정기와 드론, CCTV로 산 전체를 파악하다. 언제 어느 지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날씨인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반영하지 않고 기상청 예보가 나오면 획일적으로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립공원은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평온한 날씨였고, 같은 날, 같은 산 같은 날씨였다. 대피소 위쪽으로 악천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차라리 입산통제 하려면 아예 입구에서 통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날 성판악 통제소에서 허탈해 하는 여러 등산객들과 공단 직원 사이에 어수선한 분위가 일어났다.
당연히 산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6년 동안 겨울 한라산 산행을 하면서 산사람들 복장은 단 한명도 허술한 분이 없었다. 완전 겨울 산행 복장으로 진달래 대피소까지 오르는데, 많은 분들이 문자를 받고 정상에 못 가게 되자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운동화나 복장이 부실하여 사고 우려가 있다면 공원 입구에서 통제하면 된다. 산을 찾는 이들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장비나 위기를 극복할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온실 속 화초이기를 거부하는 산행객들이다. 곤란한 상황을 극복하려 자신과의 싸움하는 사람들이다. 각자 난이도는 다 다르겠지만 남녀노소 저마다 자연에서 도전하고 모험 활동을 하고 있다.
한라산은 세계적인 명산이다. 이 아름다운 산이 세계인들을 위한 특별한 대상지로 더 알려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라산국립공원의 '상식에 부합하는 전향적인 의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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