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유 계약서 갖고오면 중동산 비축유로 바꿔준다"
정부 비축유 - 기업 대체물량 맞교환 방식...유종도 선택가능
정유사 스왑 수요 2000만 배럴 예상..."금일 중 200만 배럴 스왑하는 곳 있어"
"나프타 수급은 여전히 차질...수입분 메꿔야"

정유사가 원유 도입 계약서를 들고 오면 정부가 비축유에서 해당 물량만큼 미리 내주는 스왑 제도를 시행한다.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대체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유조선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는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차를 메워주고, 나아가 정유사 설비에 맞는 중동산 중질유로 바꿔주겠다는게 정부 취지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중동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석유공사법 등에 따라 오늘부터 비축유 스왑(SWAP) 제도를 운용한다”며 “정부가 갖고 있는 비축유와 기업의 대체도입 원유를 맞교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비축유 스왑 제도는 일종의 긴급 대여 방식이다. 금융 시장의 어음할인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A정유사가 4월 1일 미국에서 200만 배럴의 원유 도입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 해당 유조선이 국내 항구에 도착하는데는 50일가량이 소요된다. 지금 당장 물량이 급한데, 6월 20일에나 도착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정유사들이 도입 계약서를 들고 오면 즉시 2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내어주고, 대신 미국발 유조선이 국내로 도착하면 그 물량을 비축기지로 받게 된다.
스왑 과정에서 정유사가 원유 원산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정유설비는 대부분 중동산 중질유를 많이 섞는 방식의 블렌딩에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확보한 대체물량은 유종이 가지각색이라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 비축유는 중동산 중질유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양 실장은 “정유사가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원유를 갖고 오면 우리가 중동산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두바이유와 다른 유종의 가격 차이를 감안해, 대여료 외에도 유종 간 가격 차액을 정산 과정에서 받을 방침이다.
정부가 비축유 스왑 제도를 도입하는 건 정유사들의 대체물량 도입을 장려하는 측면도 있다. 양 실장은 “가장 중요한 배경은 정부 비축분을 아낀다기보다는 민간 정유사의 대체물량 도입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기만 하면 기업들의 인센티브가 저하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사전에 파악한 정유사의 스왑 수요는 2000만 배럴 정도다. SK에너지, S-OIL,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4개 정유사 모두 스왑 의향이 뚜렷하며, 당장 오늘 200만 배럴 규모 스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기업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고립된 7척의 국내 유조선(약 1400만 배럴 규모)은 스왑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결의에 따른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도 예정대로 6월 9일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양 실장은 “대체물량 확보와 비축유 스왑, 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6월까지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나프타의 경우에는 기존에 해외 수입 비중이 50%에 달했던 만큼 원유와는 별개로 여전히 수급 차질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