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미반도체…16조 쏟아진 공매도 대형주 정조준

미디어펜 2026. 3. 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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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등 간판기업 하락 베팅 사상 최대치
중동 리스크에 숏베팅 집중…숏커버링 주목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국내 증시의 간판 기업들을 겨냥한 하락 베팅 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중동 지역의 전운이 짙어지며 코스피의 추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둔 투자자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16조원 넘는 공매도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증시의 간판 기업들을 겨냥한 하락 베팅 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은 16조9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서만 8180억원이 급증하며 사상 처음 16조원 벽을 넘어섰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35%로 확대됐다.

실제 공매도 타깃은 현대차(1조7550억원), 한미반도체(1조5740억원), 미래에셋증권(8270억원), 포스코퓨처엠(6640억원) 등 굵직한 대형주에 집중됐다. 대외 악재에 따른 지수 하락을 예상하고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손실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수급 쏠림 현상의 배경에는 극에 달한 지정학적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 1만명 규모의 지상군 파병을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까지 참전하며 전쟁 장기화 우려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거래가 급증하면서 시장 감시망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해 가동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은 지난 1년간 하루 평균 1500만건의 호가를 분석해 76건의 의심 사례를 잡아냈다. 특히 이달 증시 급락장 속에서도 시스템에 참여 중인 24개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불법 의심 거래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규제 실효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무분별한 공포 심리를 경계하며 실적 중심의 장세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심리 수준은 과거 충격 국면과 유사한 저점권에 근접해 있다"면서 "추가 하락에만 베팅하기보다 하방을 지지할 수 있는 실적 안정성과 향후 불확실성 완화 시 반등 여력이 높은 팩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준우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3월 조정은 거시 변수에 의한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향후 시장은 주가수익비율 하락 횡보 구간에서 실적 개선과 내부 수급을 기반으로 재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공매도 잔고가 오히려 지수 반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정학적 위기가 진정되거나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경우, 공매도 세력이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숏커버링(환매수) 물량이 유입되면서 강한 상승 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