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아닌 'IP'... 비글루, K-숏드 해외진출 신호탄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3. 31. 11:06
자칫 자극적인 콘텐츠로 여겨지던 숏드라마가 이제는 K-콘텐츠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숏드라마의 대표 격인 비글루는 출시 초기 대비 MAU(월간 서비스 사용자 수)가 약 400% 증가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 전략이 더해지며, K-드라마 트렌드의 2막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숏드라마는 회당 1~3분의 세로형 화면 드라마를 일컫는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형식, 낮은 제작비, 막대한 물량에 최근에는 작품성까지 갖추면서 무서운 기세로 시청자들의 IP(지식재산권) 소비 패턴을 재편하고 있다. 2024년 3월 국내 최초의 숏드라마 플랫폼인 네오리진의 탑릴스가 등장했고, 그해 7월 스푼랩스의 비글루, 9월 왓챠의 숏차 등이 출시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 이용자가 가장 많이 정주행한 숏드라마는 비글루의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2'로, 누적 시청수는 7700만회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시즌2는 시즌1보다 한국 정주행 시청자를 2배 이상 올리면서, 숏드라마의 시즌제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집착 결혼', '로맨틱 아일랜드', '로펌 에이스 변호사와 비서', '커피가 친절하고 사장님이 맛있어요' 등이 플랫폼 내 시청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IP 파워는 곧 매출로 반영되고 있다. 2024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10배 성장했고, 올해 1월 매출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약 50% 추가 성장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도 확인했다. 올해 1월 기준 앱스토어 전체 무료 앱 순위 최고 5위, 엔터테인먼트 부문 2위에 오르며 국내 숏드라마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글루는 흥행작을 시즌제로 확장하는 건 물론, 현지화 버전을 제작하며 글로벌로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의 일본 버전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 in JAPAN(しなければいけないシェアハウス in Japan)'를 선공개했는데, 이는 국내 숏드라마 IP의 첫 일본 진출 사례다. 비글루는 한국 연애 예능식 연출을 유지하면서 일본 인기 인플루언서와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를 캐스팅해 현지 시청자 공략에 나섰다.
이처럼 특정 IP를 현지 버전으로 제작하는 방식 외에도, 하나의 포맷을 다양한 국가로 확장하는 전략도 동반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글루 관계자는 머니투데이방송 MTN에 "'오늘 한류스타와 이혼하겠습니다'와 같은 작품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포맷 확장을 검토 중이며, 각 국가와 정서에 맞게 변형된 형태로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에는 자체 IP뿐 아니라 웹툰, 웹소설, 게임 등 다양한 원천 IP를 보유한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숏드라마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숏드라마가 단순한 '가벼운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산업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IP를 실험·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 산업과는 다른 성장 공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빠른 제작과 물량 확대에 집중한 나머지 콘텐츠 완성도가 균일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 또 단기 소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IP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차별화된 서사와 캐릭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IP 확장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짧게 소비되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시즌제와 리메이크, 현지화로 이어지는 확장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산업적 가치가 완성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비글루는 초기 흥행작을 시즌제로 확장하고, 일본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버전을 선보이며 IP 확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빠른 제작과 소비에 그치지 않고 '남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숏드라마 시장 내 차별화된 성장 경로를 그려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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