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스코어 28언더 vs 2오버’…‘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이 뭐지? [박민영의 골프홀릭]
코스 레이팅, 핸디캡 0 골퍼 기준 평균타수
슬로프 레이팅은 높은 핸디캡 적용한 개념
코스핸디캡 계산기로 ‘핸디 설정’ 활용가능

골프 스코어는 골퍼의 실력과 구력을 반영하는 수치다. 여기에 코스의 난이도 또한 중요한 요소로 관여한다고 할 수 있다. 기량이 같더라도 타수가 낮게 나오는 코스가 있고, 어떤 코스는 골퍼를 좌절시키기도 한다.
지난 30일(한국 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은 ‘버디 파티’를 방불케 했다. 우승을 차지한 김효주가 1라운드와 3라운드 두 차례나 11언더파 61타를 치는 등 나흘 합계 28언더파를 작성했고, 2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26언더파를 적어냈다. 대회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월윈드 골프클럽(파72·6675야드)은 컷 통과자 76명 중 무려 49명에게 두 자릿수 언더파 스코어를 허용했다. 최하위로 마친 선수도 언더파(1언더파)를 기록했다. 단단한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이 상당히 멀리까지 굴러가는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코스와의 전쟁’ US 오픈에선 오버파 우승자가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주관적인 면이 있는 코스 난이도를 수치화할 수 없을까. 코스 난이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코스 레이팅’ 시스템이다. 포털에서 골프장 이름을 검색하면 ‘대한골프협회 코스 레이팅 인증’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다. 물론 인증을 받지 않은 골프장엔 표시가 없다.
코스 레이팅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간단히 말해, 코스레이팅은 핸디캡이 0인 스크래치 골퍼에게 그 코스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타낸다. 예컨대 스코어카드나 코스맵에 코스레이팅이 72.3이라고 돼 있다면, 스크래치 골퍼는 정상적인 코스 상태와 기상 상태에서 그 코스에서 평균 72.3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 된다.
‘슬로프 레이팅’이라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는 핸디캡에 따른 상대적인 난이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조금 더 어렵다. 여기에는 ‘보기 레이팅’ 개념이 등장한다. 코스 레이팅이 스크래치 골퍼 기준이라면 보기 레이팅은 보기 골퍼를 기준한 코스의 난이도다. 이 코스 레이팅과 보기 레이팅의 차이를 나타내는 게 슬로프 레이팅이다. 핸디캡이 높은 골퍼는 코스의 길이 증가나 긴 러프, 깊은 벙커 등으로 인해 스코어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으며 바로 여기서 슬로프 레이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슬로프(slope)라는 말 때문에 코스의 경사도와 난이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슬로프는 그래프 상에서 코스 레이팅과 보기 레이팅 값을 잇는 선의 기울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슬로프 레이팅 값이 클수록 핸디캡이 높은 골퍼에게 더 어려운 코스라 할 수 있다.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예리한 안목과 상당한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주로 해당 지역 골프협회의 평가자들로,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골프협회가 인증 업무를 맡고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의 코스 레이팅 매뉴얼에 따라 코스의 구석구석을 직접 조사해 난이도를 측정한다. 최근에는 구글 지도 등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해 코스 형태와 장해물 등의 정보가 담긴 1차 자료를 만들고 실제 답사를 통해 세밀하게 평가한다.
코스 난이도 산출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된다. 가장 중요한 건 길이다. 길이에는 롤(구르기), 해당 지역의 평균 풍속, 도그 레그 형태, 고도 차이 등도 고려한다. 그밖에 벙커, 나무, 지형, OB(아웃오브바운즈), 페어웨이 폭, 물(페널티 구역), 러프 등 코스 상의 장해물에도 난이도를 부여한다.


그런데 슬로프 레이팅은 어디에 활용될까. 그 자체로 코스의 난이도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의 ‘핸디캡 설정’에 가장 유용하게 쓰인다. 각자의 핸디캡에다가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을 적용한 ‘최종 코스 핸디캡’을 산출하고, 그 차이 만큼 ‘핸디캡’를 잡아주는 식이다.
계산이 너무 어렵지 않느냐고? 자신의 핸디캡만 알고 있다면 매우 간단하게 코스 핸디캡을 얻을 수 있다. ▲대한골프협회 홈페이지 ‘핸디캡’ 메뉴의 ‘코스핸디캡 계산기’로 들어가서 ▲라운드 할 골프장을 검색해 플레이할 티잉 구역을 선택하고 ▲핸디캡(+5.0~54.0)을 입력한 뒤 ▲계산하기를 누르면 끝이다. 예를 들어 A가 전북 군산CC의 토너먼트 코스와 화이트 티잉 구역 남자를 선택하고 핸디캡 12를 입력하면 최종 코스 핸디캡 15라는 결과가 나온다. 동반자 B의 핸디캡이 18이라면 결과는 최종 코스 핸디캡 23이다.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A가 B에게 8타(23타-15타)의 핸디캡을 미리 주면 적당하다는 말이 된다. 물론 다른 코스나 다른 티잉 구역에 대입하면 A와 B 사이의 코스 핸디캡 차이는 달라진다. 계산 결과에는 최종 코스 핸디캡과 함께 목표 스코어도 제시돼 참고하면 더 흥미로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너무 재미있어 쉽게 중독되는 것이 골프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합니다. 치는 골프, 보는 골프와는 또 다른 ‘읽는 골프’의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박민영 선임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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