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보상안 걷어찬 삼성전자 노조…“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자는 생떼”
“노조 주장, 메모리사업부 이익에만 집중” 비판
시스템LSI·파운드리는 성과급 지급률 하향 우려
‘과반 노조 탄생’ 기여…DX부문 목소리는 외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성과급 제도화’를 고수하며 회사 측의 파격 보상안마저 외면한 가운데 노조의 주장이 반도체 부문 중에서도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의 이익 보장에만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조의 일방적인 교섭중단 선언으로 반도체 부문 내 다른 사업부(시스템LSI·파운드리)와 모바일·가전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투본 “성과급 제도 투명화·상한폐지 제도화 없으면 교섭 불응”=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3개 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31일 입장문을 통해 “성과급 제도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의 제도화 없이는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급기야 교섭 중단에 대한 경영진의 공개 사과와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를 요구하며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실상 노사 교섭 재개 가능성을 닫고 다음달 23일 평택사업장 집회, 5월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투쟁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되고 있다.
▶노조 요구안 적용시 지급률 떨어지고 비메모리 사업부 불리해져=삼성전자에 따르면 노조는 교섭 초기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전제로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 배분’을 요구했다.
이후 사측과의 협상 과정을 거쳐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 배분(적자사업부는 부문 지급률의 60% 지급)’ 제도화를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 설정한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그러나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10% 재원 사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인력 규모가 많은 만큼 메모리사업부 성과급 지급률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사측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집중교섭에서 “메모리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경쟁사를 앞서면 성과급 재원을 더 써서라도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겠다.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성과 달성 시 특별 포상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노조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주장대로 성과급 제도를 변경하면 공통 지급률이 사업부별 지급률로 분리돼 메모리사업부에 비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는 크게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요구안을 2025년 OPI 지급률에 적용하면 지난해 47%였던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성과급 지급률은 47%에서 11%로 급감한다.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의 이익 실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DX부문 조합원 소외 지적도=반도체 부문과 함께 노조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DX부문 조합원의 목소리 역시 이번 교섭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사측은 ▷6.2% 임금 인상 ▷최대 5억원의 주거안정 지원 제도 도입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등 전체 임직원을 위한 복지 혜택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교섭 중단을 선언해 이를 걷어찬 셈이 됐다.
지난 1월 조합원이 전체 근로자(12만5155명)의 과반(약 6만2500명)을 넘겼다고 주장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의 DX부문 조합원 수는 당시 1만4227명이었다. DS부문 조합원 수(4만9352명)에 비하면 적지만 전체의 22.4% 수준이다.
결국 OPI 50% 상한제의 영구적 폐지만을 고집하는 노조가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버리면서 사측이 전체 임직원을 위해 제시한 상세 보상안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된 셈이다.
아울러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5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DS부문 사업부, 팀별 연차 혹은 쟁의 근태 참여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참여하지 않는 사업부는 성과급, 근로조건에 대해 개선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노조는 파업에 불참하는 직원들을 강제 전배·해고의 1순위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주기 위해 DS부문 사업부의 파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韓 성장엔진 볼모 잡아”=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주도권 다툼 등 사활을 건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거액의 성과급만을 요구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생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봉 1억5000만원 수준의 초고임금 노조가 실질적인 보상안을 거부하고 성과급 제도의 형식적인 변경을 고집하며 교섭을 중단시킨 것은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라며 “국가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인 반도체를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이기적인 요구를 내세우면서 반도체 공장을 멈춰 세우겠다고 협박하는 대신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한다. 지금은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라, 함께 미래 경쟁력을 향해 뛰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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