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20원씩 널뛴 환율, 전문가들 “추경 등 국내 정책도 환율 악재” 경고
“노란봉투법에 돈 풀기로 환율에 부담”
“세계국채지수 편입 등 일시 호재 외에 돌파구 안 보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520원 선까지 오르는 등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정책 환경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대로면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고환율 환경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매일 널뛰는 환율, 금융 시장 리스크로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2원 오른 1519.9원에 개장한 뒤 오전 9시 17분 기준 1525.1원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30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일일 변동 폭은 평균 11.2원에 달했다. 일일 변동 폭은 주간 종가 기준으로 전일 대비 상승 혹은 하락한 규모를 집계한 것이다. 월평균 환율 일일 변동 폭이 1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11월(12.3원) 이후 3년 4개월 만이지만, 당시는 국내에서 레고랜드 사태가 진정되고 미국 강달러 기조가 완화되면서 환율이 하락하던 시점이었다.
일일 환율 최고가와 최저가를 비교한 환율 일중 변동 폭 기준으로는 이달 1~30일 평균 19.8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4년 7월 환율 야간 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하루에 환율이 20원 가까이 출렁였다는 뜻이다. 특히 중동 사태 발발 직후인 3일에는 일중 변동 폭이 47.4원에 달했고, 전쟁 장기화 위험이 커진 23일에도 37.9원까지 올랐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환율이 널뛸수록 금융 시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그와 연계된 파생상품들이 즉시 충격을 받고, 강제 청산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환율 관련 파생상품인 ‘키코(KIKO)’를 구입한 중소기업 상당수가 타격을 입었다. 키코는 환율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고 그 안에 환율이 움직일 때는 기업이 금융기관과 미리 정한 환율대로 거래를 하지만, 환율의 등락폭이 큰 시기에는 기업이 손실을 보는 구조다.
◇“전쟁 양상 넘어서 정책 대응에까지 반응하기 시작해”
향후 전쟁 충격에 대한 정책 대응에 따라 환율 등 금융시장 향방이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까지는 전쟁 양상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경기 둔화나 중앙은행의 금리 대응 등의 2차 효과에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예컨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큰 관련이 없는 캐나다 달러까지 갑자기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뚜렷한 정책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특히 전쟁 전후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무섭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 최대 약세 요인인데, 이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이나 근로자 추정제 등은 오히려 한국 투자 매력을 낮추고 있다”며 “이미 성장률이 미국에 역전된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환율에 일시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전쟁 추경’으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교수는 “전쟁으로 인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또다시 시장에 원화가 많이 풀면 환율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경기 부진 우려에 중앙은행에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라, 3~4분기에 환율이 또다시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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